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복숭아도 개복숭아 약이라 불러주니
어느 새 몸값 올라 천출은 사라지고    
밭떼기 양지 바른 곳 상전으로 모시더라

몇 년 전 수십 명의 고향 향우님들과 북한산에 올랐다가 정릉으로 하산하면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안 누군가 소리쳤다. ‘야! 개복숭아다’ 거의 경탄 수준으로 외치며 가르친 곳으로 일행들은 눈길을 돌렸는데 거기에는 개복숭아 여남은개가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다.      

손이 미치는 낮은 곳은 누군가 다 따가고 꼭대기에 남아있는 것은 아주 높아 그대로 붙어 있는 것 같다. 

그 당시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후배 향우에게 누군가 개복숭아의 효능에 대해서 물어본다. 몸에 좋다며 시장에 가면 일반 복숭아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는 얘기였다. 잠자코 듣고 있던 산행대장격인 후배 향우가 주변의 스틱을 서너 개 묶어 기다랗게 연결하더니 힘들게 따서 필자에게 준다. 꼭대기에서 햇빛을 많이 받고 자라 아주 튼실하였다. 왜 나에게 주느냐고 물으니 오늘 산행하는 일행 중에 제일 연장자이니 드시고 산행에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했다. 그 후배가 주는 몇 개의 개복숭아를 받아 든 필자는 그의 진정어린 마음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하산하여 막걸리 한 잔 나누자고 하였다. 

6개월 후 건더기는 버리고 숙성을 거친 1년 뒤 맛을 보니 레드 포도주의 맛과 닮아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듣기로는 발효 숙성과정에서 설탕은 포도당으로 변하고 알코올이 생겨난다고 했다. 설탕 맛과는 확실히 다른 약간의 단맛과 신맛, 떫은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북한산에서 나무 꼭대기에 높이 매달린 개복숭아를 스틱을 연결해가면서 따준 그 후배 향우의 성의를 생각하며 몇 잔을 마셨더니 대번에 알딸딸해지며 스르르 잠이 들었던 옛일을 생각해 본다. 

작년에 산촌체험에 들어가며 뒷산을 올랐더니 개복숭아가 지천이다. 하산 길에 한 배낭을 따와 숙성과정을 마친 복숭아 발효액이 두 병 추출되었다. 한 병은 가족들에게 보내고 한 병은 필자가 아침에 모닝커피 대신 한 잔씩 마신다. 물을 타지 않은 원액이라 제법 농도가 진한알코올 성분으로 인해 적당히 알딸딸해지니 기분이 좋고 집필하는데 능률도 오른다. 불현듯 그 옛날 북한산에서 어렵게 개복숭아를 따서 필자에게 준 후배를 생각하며 전화를 한다. 다음 주에 북한산에 한 번 오르자고. 그리고 이곳에 한 번 놀러오라고.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