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태 무창선면 온리원 펜션 / 시인ㆍ수필가
하 태 무
창선면 온리원 펜션
시인ㆍ수필가

며칠 전, 경상대 병원에 다녀왔다.

장애자 택시는 시간을 정하는 예약제가 아니고 복지복, 필요한 시간에 맞게 부를 수는 없다. 병원에는 한시 반 예약인데 기사양반 점심시간에 걸리니 아침 8시에 전화를 해도 차례가 네 번째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 어디를 둘러 언제 올지 모르니 느긋이 기다리란다.

느리게 먹는 환자의 아침을 먹이고 있는데 이동에서 출발하니 대기하란다. 아침은 굶기고 부랴사랴 준비해서 병원에 갔다.

10시 반. 담당 교수님은 예약 상관 말고 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었다. 내 사정을 아는 서울 안강 원장님의 후배라고, 부탁이 먹혔다. 그것만도 다행. 병원은 그냥 환자가 원해서 간 거다. 아무런 병증도 아픈 데도 없고 수술 후유증으로 흉부 근육이 빠져서 더러 숨쉬기 힘들고 움직이지 못하니 가래가 나오고. 그런 일상적인 병증만 있을 뿐 특별한 건 없었다.

그래서 사실은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온 후, 정기적으로 병원 가는 걸 내가 대신 가서 약만 타 왔는데 그 약들이 혈압약 빼고는 환자의 호흡기 내과에 맞는 약도 아니고 수족을 못 쓰는 게 움직여 줄 수 있는 약도 아니라 모든 약은 다 끊은 상태였다.

다만 몇 종류의 영양제는 꾸준히 먹이고 있다. 물은 차가버섯이나 보이차를 우려서 먹인다.

혹 나의 간병기를 읽고 따라 하면 안 될 것이다. 각자의 환자는 모두 그 예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조건 약을 안 먹다가 큰일 날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필자는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부터 약을 끊고도 지금까지 잘 버틴다.

혈압을 재니 정상 수치다, 약을 끊었는데도. 교수님은 목의 치료를 해 주시면서 강의하러 가시는 것도 아니고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니 굳이 수술하여 막지는 말자고 한다. 의사소통은 되고 있으니 답답해도 참으시라고.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단지 손발을  쓰지 못할 뿐. 아직은 너무 좋은 상태라고, 폐렴만 주의하고 폐렴이다 싶으면 멀리 오지 말고 근처 병원으로 가라는 것도 일러주셨다.

사실은 병원에 안 가도 되는 걸, 병원 뭐가 좋다고 시간 버려 돈 버려 힘은 열 배나 드는 일을 환자가 원하니 가봐야 할 밖에. 아침도 안 먹었으니 점심은 먹고 출발해야지. 장애자 택시는 예상 시간이 없으니 또 밥 먹다가 오면 밥을 두 끼나 굶길 수 있기에 점심이나 먹은 후에 부르기로 했다.

내가 당뇨 체크하러 오면 늘 가던 병원 뒷문 근처 진주 죽집으로 갔다. 죽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판다. 쇠고기 전골 하나를 시켰다. 국물에 비벼서 너무나 잘 먹는다. 식욕이 이리 왕성하니 삶은 버티나 본데 참을성은 너무 없다.

아침 8시부터 12시가 넘도록 버텼으니 늘 누워있던 사람이 힘도 들겠지만. 혼자서 휠체어를 끌고 수납창구를 몇 번이나, 외래진료실로, 식당으로 다닌 나는 전혀 생각을 못 하는 눈치다.

식당에서 다시 병원 현관에 있는 벤치에라도 좀 눕고 싶어 한다. 좁은 식당엔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꽉 차서 눕힐 공간이 없다. 할 수 없이 딱딱한 나무 벤치에 눕혔다. 비명을 지르고 아파한다. 살이 없으니 딱딱한 나무에 온 뼈가 다 닿아서 아픈 모양. 베개를 받치고 쿠션을 넣어도 소용없어 다시 휠체어에 태웠다.

점심 먹고 부른 장애자 택시는 순번이 아홉 번째란다. 언제 올지 한량없이 기다려야 하나 걱정되니 택시를 부르자 한다. 이 환자를 일반택시 앞자리에 태우자면 어떨까? 운전사도 그 아무도 못 하는 일을 나는 4년간의 경험으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힘은 너무 많이 들어 피하고 싶다. 미적거리고 전화를 안했다. 아침처럼 금세 콜센타에서 전화가 온다. 진주 이현동 3킬로 밖에서 오고 있다고. 살았다 싶다. 계속 채근한다고 시키는 대로 했다면 나는 아마도 지쳐 죽었을 거다.

한 시간 달려 집으로 왔다. 얼마나 피곤할지 다 안다. 나도 파김치인데  오죽하랴 싶었다. 그런데 빨리 침대에 눕히지 않는다고 성화다. 나는 참고 있던 화가 폭발했다. 

나는 더 눕고 싶어요.

제발!  

내가 기계가 아니고, 말 안 해도 하는 일이니 제발, 나를 로보트처럼 부리지 마요.

지금 하고 있잖아! 

다소곳하는 환자를 보며 또 가슴이 아프다. 

내가 병원 안 가도 되니 참으라고 강하게 말했으면 안 갈 수도 있는 걸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 말이라도 듣고 싶었겠냐 싶어 갔던 내가 잘못이지.
안 해도 되는 걸 해 주는 실수는 내가 해 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제, 병문안 오셨던 반석 신부님의 놀라운 책을 읽고도 나는 실수하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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