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과 카약 타기, 낚시를 즐겨하는 싱어송라이터 음악하는 청년 이성우, 그가 상주면 임촌마을에 ‘잔잔’이라는 카페를 열고 공연과 음료로 소통하는 남해살이를 준비하고 있다

바야흐로 즉흥성이 중요한 시대다.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면 빨리해 보는 게 남는 거다. 이거저거 재고 신중할수록 손해 보는 것, ‘남해에서 살아보기’ 또한 그러하다. 여기 ‘자기다움’을 따라 ‘자유로움’을 지키며 사는 청년 아티스트가 있다. 이름은 이성우. 인디밴드 좀 안다 싶은 사람에게는 ‘나잇어클락’이라는 밴드의 보컬로 알려진, ‘채화’라는 예명으로도 불리는 마흔하나의 보컬. 그는 바닷가 일몰이 끝내주게 잘 보이는 지족 숲속 마을에 살면서 상주면 임촌마을 S-Oil 주유소 뒤켠의 자그마한 카페 하나를 차려 본인의 직장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를 만나러 ‘카페 잔잔’을 찾았다.  <편집자 주>

원주에서 20년, 서울에서 20년. 다음 20년은 남해에서 살아보겠노라 결심한 사내. 코로나19가 그를 해외가 아닌 남해로 불러들였다. 강원도 원주에서 자란 뒤 스무 살에 서울로 와 그때부터 쭉 음악을 해왔던 이성우 씨는 처음에 재즈기타로 시작해 군 제대 이후부터 직접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 어쿠스틱 음악 쪽으로 더 나아갔다. 홍대에서 버스킹도 하고 남해 내려오기 직전까지 약 4년 동안은 공연장을 운영했었다. 공연-회의-파티-세미나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대여를 해주면서 짬짬이 버스킹공연을 하던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팬더믹에 들이닥쳤다. 아꼈던 공연장은 문 닫아야 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되는대로 자유롭게 살아보자’ 하는 마음이 컸다. 문득 10년 전, 남면 상덕 권역으로 공연차 왔다가 반한 다랭이마을의 끄트머리 정자가 떠올랐다. 그 정자에 누워 바라본 하늘과 쏟아지던, 툭툭 떨어질 것만 같았던 별들이 떠오르면서 ‘그래, 남해다’ 싶었다.
그 무렵 검색하다 ‘살러’라는 ‘관계인구-남해한달살이’를 알게 되고, 이거다 싶어 곧장 신청하고선 한 달을 지내봤다. 그 결과는 대만족. 하지만 이주로 향한 확실한 답을 원했기에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제주에서의 두 달 살기도 이어서 해봤다. 제주도를 겪어보니 남해와는 확연히 달랐다. 

‘러스틱 라이프’ 가능한 남해인만큼 해변에서 서핑숍 같은 카페 해볼까?
시골 특유의 소박한 삶(Rustic Life)이 가능한 건 제주가 아닌 남해였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밤’이 없는 제주는 ‘가끔 놀러 올’ 곳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일상을 흐르는 물결처럼 잔잔하게 꾸려갈 곳으론 맞지 않았다고. 성우 씨는 남해로의 이주를 결심하고 약 1년간은 아르바이트로 이어갔다. 힙한 식당의 주말 아르바이트, 펜션 청소 등으로 삶을 유지하면서 ‘음악하면서 사는 삶’을 찾으려 했지만 쉽지는 않겠구나를 현실자각하던 찰나, 상주해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임촌마을에 비교적 저렴한 카페가 나온 것을 발견하고, ‘내가 한번 해볼까’ 끌렸다고. 백패킹과 서핑, 낚시를 사랑하는 그로서는 “양양이나 속초에서 마주치는 서핑숍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게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표피는 카페지만 코로나19가 조금 수그러들면 작은 공연도 열고, 모카포트 등 캠핑용품이나 피크닉 용품 등도 대여해주면서 여러 얼굴이 있는 친근한 가게로 운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남해를 잘 지켜준 남해군민께 1000원 할인해주는 라떼 맛집
남해의 장점으로 그가 최고로 꼽는 것은 역시나 ‘아름다운 자연, 그때그때 다른 자연의 색감’ 그 자체다. 백패킹을 사랑해 망운산에서만 벌써 3번, 조도나 노도는 물론이거니와 상주 야영장에서의 캠핑은 제2의 집인 남자. 그는 이곳에 와서 어느 정도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삶이 너무나 좋고 그게 가능한 이유로 남해군민의 노고를 꼽는다. “이 아름다운 곳을 잘 지켜와 준 것이지 않나. 이곳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크게 해드리진 못해도 군민 할인 1000원이라도 보답 차원에서 하게 되었다”며 미소짓는다. 노래 ‘별 보러 남해’는 그가 남해에서 만든 곡이다. 그밖에 바래길을 걸으며 만든 연주곡인 ‘샤이니 트레일’도 있고 ‘남해 드라이브’도 있다. 성우 씨는 “지족이 일몰이 진짜 이쁘다. 방파제에 앉아 낚시하기도 좋고 카약 타기도 좋다. 그렇게 차곡차곡 느긋하게 지내다 보니 곡도 더 잘 써지는 것 같았다. 작년 한해 동안 무려 10곡의 음원을 냈다. 여기선 소모적인 시간이 대거 줄어드는 기분이고, 자연 속에서 놀다 보니 그 자체로 충족이 되는지 ‘밀도감’ 있는 작업이 된다”고 말했다.

2박 3일씩 놀러 오는 도시 친구들은 하나같이 남해를 원한다며 성우 씨는 말한다. “남해 오고 싶다고? 진짜 좋은데 살 거라면 각오는 해야 할 거다”라고. 이유인즉슨 “일단 도시에서 즐기던 것들을 포기해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외로움과 벗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해와 정들면 약도 없다는 성우 씨. 그가 느끼는 과제도 있다. “남해로 오려는 청년들 많다. 그런데 살 집 구하기가 힘들다는 게 첫 시련이고 청년지원이 큰 것처럼 보이나 실상 들여다보면 해당사항없음이 대부분이다. 설령 해당이 된다 해도 제출 서류가 산더미다. 그게 현실인데 돌아서면 늘 청년이 없네, 소멸 도시네 하는 건 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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