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 천하마을에서 SEA1528 이라는 이름의 집에서 살고 있는 이선렬 위즈코퍼레이션 대표. 그는 땅의 힘, 먹거리의 힘에 주목하며 비료 연구개발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팜 오아시스’라는 식물 공장을 꿈꾸고 있다.
미조 천하마을에서 SEA1528 이라는 이름의 집에서 살고 있는 이선렬 위즈코퍼레이션 대표. 그는 땅의 힘, 먹거리의 힘에 주목하며 비료 연구개발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팜 오아시스’라는 식물 공장을 꿈꾸고 있다.
그가 출시한 유기농 비료
그가 출시한 유기농 비료

1982년생 이선렬. 그는 마흔하나의 청년 사업가이면서 남해군 4-H연합회 회원이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의 촬영지로 유명한 미조 천하마을, 바닷가 바로 앞에서 집을 지어 귀향해 부모님 이청두, 손순악 님을 모시고 예쁜 딸과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10살 무렵까지 살았던 이곳 고향 바다가 주는 안온함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난 2017년 준공한 이 집에서 자연이 주는 힘으로 위안받으며 ‘땅이 주는 가치’에 주목하면서 ‘비료 전문 기업’인 ‘위즈 코퍼레이션’을 창업했다. 비료 사업은 부산에서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일주일의 절반은 남해, 절반은 부산을 오가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들판 삼아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귀향한 지 6년, 참 많은 청년들이 떠나는 걸 보았다

열대 풍경의 야자수와 하늘거리는 커튼, 시간의 흐름이 묻은 조개껍질이 발밑에서 사부작거리는 곳. SEA1528. 정말이지 말 그대로 열 발자국 걸어나가면 바다가 안아주는 곳이다. 이런 좋은 곳에 살다니, 무슨 근심이 있을까 싶은 그런 곳.

이선렬 씨는 이 모든 게 아내 덕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부산에서 선박관리회사에서 오래 일했다. 그러다 여러 일이 겹치고 아버지 교통사고까지 크게 나는 바람에 번-아웃이 왔다. 고향 바다가 간절했다. 아내에게 터놨다. ‘우리 그냥 고향 가서 집 지어서 부모님 모시고 살자’. 너무 고맙게도 아내가 흔쾌히 동의해줬다. 그렇게 꿈의 발자국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동초등학교로 전근해 온 아내와 함께 이곳에 집을 지으면서 예상치 못한 설움도 컸다. “저는 귀향임에도 불구하고 텃세가 무언지를 느끼는 경험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집 짓는 과정속에서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까. 1층은 손님 공간, 2층은 우리 3대가 같이 사는 주거 공간이다.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되었으나 여전히 떠나간 인연들을 떠올리면 가슴 아플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커피 하는 친구, 수제버거 하는 친구 등 여러 재능있는 청년들이 남해 해변을 거점으로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나마 꿈을 펼치고 싶어했다고. 그러나 ‘텃세’라는 장벽에 좌절되면서 그들에게 남해는 ‘절대 안 와야지’하는 곳이 되었다고. 이선렬 씨는 “저 역시 땅의 가치를 보고, 사람 살리는 농업 분야에 비전을 느끼고 비료 관련 창업을 준비했다. 군청 지역활성과를 두드려 ‘고현농공단지’내에 비료공장을 허가받고자 노력했다. 또 장애우 고용을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일자리를 더 만들고 싶다는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남해에선 실현할 수 없었다. 사업 설명을 했을 당시만 해도 관심을 주셨지만 고현농공단지내 공간은 모 스텐 업체의 창고로 사용해야 하기에 제게는 자리를 줄 수 없다고 하셨다. 할 수 없이 부산에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빈집 정보와 지원 자격 등 실질적인 정보 구하기조차 어려워

그가 청년네트워크 위원을 처음에 참여한 것도 ‘일자리’ 분야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고 한다. 남해에서 무산되는 바람에 부산에서 비료 공장을 열고 사업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선렬 씨는 “남해가 좋아서 정착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러나 저부터도 100시간 농업교육을 받으면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교육 이수 후 신청하려 했더니 ‘기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는 허탈한 이야기에 좌절한 경험이 있다. 많은 이들이 빈집을 고쳐 살고 싶어도 빈집리스트나 절차, 허가까지의 과정 등도 잘 모르고, 내가 해당 되는 혜택은 과연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센터가 열려 ‘쉴 곳’이 생긴 것에는 감사하지만 뭔가 소프트 한 것 위주로 치우쳐있는 것 같아 아쉽다. 좀 더 힘이 되는, 실질적인 생활 정보, 일자리 정보, 주거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정책 또한 실질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었으면 좋겠다. 가짓수는 많은데 딱히 손이 가는 게 없달까. 어쩌면 도내의 호응도 좋은 청년정책만이라도 제대로 정착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8살이 된 딸 아이가 부산이 아닌 남해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어 부모로써 감회가 더 새롭다는 선렬 씨는 ‘팜 오아시스’라는 스마트 식물 공장, 사회적 기업에 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남해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자연 풍광이라는 자원이 있다. 이 자원의 가치를 알고 매력을 아는 젊은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저 또한 먹거리 산업이야말로 절대 망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남해를 주목하고 있다. 여러 시련 속에서도 힘을 내 농사를 짓겠다는 청년농부들에게 제가 개발한 친환경 유기입 액체복합비료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 드리려 한다”며 “하다못해 농기구 구입이나 임대마저도 ‘고령층 우선’ 이다 보니, 저라도 뭐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끝으로 가족들이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 크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게 남해살이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선렬 씨는 귀촌을 희망하는 이에게 “도전을 해보시라. 타 시군처럼 드라마틱한 혜택은 없을지라도 남해만이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으니 먼저 도전을 해보시고 결정하시라” 한단다. 오늘도 그들은 묻는다. “어디 빈집 없을까요? 집이건 일자리건 뭐든 끈이 있어야 올 텐데…”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는 정착민이자 귀촌 선배이고 싶다는 선렬 씨의 전화기는 오늘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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