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무
창선면 온리원 펜션
시인ㆍ수필가

필자는 4년째 남편의 간병일기를 쓰고 있다.

여기 신문 지면을 빌어 굳이 개인적인 간병일기를 올리게 된 이유는 이렇다. 노령화 시대에 이 남해군에도 많은 환자들이 집에서 두세 시간 일해 주는 요양보호사의 보호를 받으며 병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줄로 안다. 그렇게 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거나 아니면 병과 벗 삼으며 살아가고 있는 환자 혹은 환자를 둔 가족들과 내가 겪고 느낀 점을 함께 나누고 싶어 서툰 필력으로나마 용기를 내어 간병일기를 공개해 보기로 한다.

필자의 남편의 병은 ‘경추부 후종 인대골화증(OPLL)’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귀하디 귀한 병이다.

경추 3ㆍ4ㆍ5번부터 점점 인대가 딱딱하게 되어 인대가 보호하고 있는 신경들을 압박하여 손발에 힘이 없어져 가는 병.

때는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동에 있는 유황온천에 목욕하러 갔다가 남편이 넘어져 머리와 어깨를 부딪친 일이 있었다. 그 날이 일요일이었다.

곧장 경상대병원 응급실에서 CT촬영을 했는데 가벼운 타박상으로 조금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며칠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남편은 왼쪽 머리 쪽이 부딪쳤는데 그래서인지 물건의 상이 둘로 보인다고도 호소해서 안과도 찾았다. 거기서도 시간이 지나면 나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녹색 병원이라는 편백림과, 진주 진양호 부근의 숲을 찾아다니며 녹색을 많이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점점 손저림이 심해져서 숟가락질이 어렵고 자주 넘어지고 매일 가던 수영장 가는 길마저 힘들어져 지팡이를 짚어야 했다. 심지어 소매물도로 사진 여행 갔을 당시에는 섬에서 기진하여 마지막 배를 놓치고 119에 전화해서 구조선을 타고 섬을 빠져 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싶어서 경상대병원 신경과는 물론 약 2년간을 온갖 병원, 용하다는 대체의학 하는 곳. 한의원, 침뜸하는 곳 등으로 치료하러 다녔으나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필자가 치료를 받아 척추 협착증을 낫게 해 준 서울 안강병원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필자는 한 번의 시술로 거뜬하게 나았기에 남편을 데리고 갔으나 남편은 서 너번을 갔는데도 병이 낫지 않고 설상가상 점점 더 심해져 수족을 쓰지 못하게 되어갔다.

안강병원 원장님은 새로 MRI 찍는 정밀기계를 들인 포항 우리들 병원으로 가서 정확하게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하셨다. 남편은 서울서 혼자 버스를 타고 포항 우리들 병원으로 가서 다른 검사도 받으며 2박 3일간 MRI를 찍었다. 어마어마한 비용임에도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 위해서였다.

이에 알게된 병명은 OPLL이고 곧 수술을 받지 않으면 걷지 못하게 되고 수족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안강병원 원장은 100명의 의사가 수술을 귄해도 수술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기에 미심쩍어 서울 삼성병원 신경외과, 서울 아산병원 정형외과 진료를 다시 받아보았다.

그 결과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 방법도 약도 없는 병이라고 했고 삼성병원에서는 간혹 수술 후 재활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성공 가능성이 있으니 본인이 수술을 선택한다면 수술해 줄 테니 우선은 집으로 가서 생각해보고 연락을 하라 했고 아산병원에서는 정상적으로 낫게 할 수는 없지만 수술하면 직전 상태로 걷게는 해서 병의 진행은 막을 수 있으니 수술을 적극 권했다.

이런 경우 환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2018년 4월 말에 병명을 알고 서울의 제일 크다는 두 병원 순례를 하느라고 그해 6월, 7월을 허비하고 결국 그해 9월 4일, 아산병원에 입원하여 9월 7일 수술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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