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연설천면장
박 정 연
설천면장

나른한 초가을 햇살은 길게 산그늘을 드리우고, 깊어가는 자연의 색과 향은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또한 풍요롭게 합니다.  축복하고 싶은 일들과 행복한 기억으로 풍성한 10월.

물들고 익어가는 가을날의 아름다음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으로 먼저 와 닿는 듯합니다. 

더구나 어느새 확연히 달라진 바람의 온도는 따뜻한 공간, 따뜻한 공기, 따뜻한 마음으로 향하게 합니다. 

낮 동안 곡식을 보살피며 내리 쬐던 태양도 이윽고 돌아가 서쪽 하늘에 눕고, 푸르스름한 어둠이 찬바람과 함께 사뿐히 내려앉으면 따뜻한 한 잔의 차로 지친 마음을 달래봅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자연의 질서는 경이로움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한로(寒露)를 지나자 남해의 황금들판은 서둘러 가을걷이를 마치고 내년 봄 풍작의 부푼 기대감을 안고 마늘을 파종하느라 농가에서는 손놀림이 분주해집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도 그동안 우리 곁을 여러 번 다녀갔지만, 지난 해부터 코로나19로 잠시 멈춘 이 시간이 이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숨고르기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힘든 순간이 우리를 몰아 부친다 해도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행복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면 정신보다 몸이 먼저 지쳐버리지만 지난 계절 차곡차곡 쌓아 온 정직한 시간은 우리에게 결실의 선물을 안겨줍니다. 오늘 하루도 의미 있는 시간을 일구었는지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며, 최선을 다한 자신에게 ‘참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다독여 봅니다. 또한 힘들고 지친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목구멍에도 걸리지 않고 가슴에 박히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정성껏 건네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소품은 어느새 차가워진 바람의 온도를 느끼며 곁에 두고 싶은 따뜻함을 품은 티코지 (Tea Cozy)를 만들었습니다. 잔잔하게 나의 공간을 물들이는 차향과 한 잔의 차를 음미할 수 있기까지의 기다림의 시간은 어디론가 자꾸만 달아날 생각을 하는 마음을 느슨하게 다독여주는 의미를 안겨줍니다. 

티 코지
티 코지

이 소품은 리투아니아 린넨 원단과 꽃무늬가 프린팅된 수입 패브릭을 덧대어 프렌치 레이스와 리본자수로 사랑스럽게 구성했습니다. 꽃은 피치 블로썸스티치와 러닝스티치, 콜로니얼 노트콤비네이션으로, 잎은 리본스티치로 리본자수를 활용하였고, 캐스트온 로즈스티치와 헤링본스티치, 담수진주로 은은한 우아함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놓치지 않고 챙겨가야 할 것은 소소한 호기심과 기대감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언제라도 기꺼이 놀랄 수 있는 마음도 빠트리지 않고, 매 순간 숨은 그림을 찾듯 열정과 설렘으로 삶의 퍼즐을 맞춰 나가야겠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주는 보상, 올 가을 우리 안에 무엇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지,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을 떼어놓을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이제, 우리 앞에 서 있는 행복의 과녁을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 티 코지(Tea Cozy) : 홍차를 우려내는 동안 티 포트(Tea Pot)의 온도를 유지해 주는 보온용 덮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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