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9살, 11살 삼남매와 함께 지난해 10월 남해군민이 된 최현수(43), 황현자(41) 부부는 대전에서 왔다.
아내 현자 씨 지인이 창선면에 있어 그 계기로 남해를 오고 가다 2020년 8월 가족 여행으로 온 남해여행에서 남편 현수 씨도 반했다. 그 무렵 뉴스에서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나왔다. 그 길로 곧장 현자 씨는 고현초등학교에 전화했다. 일단 학교로 한번 와 보시라는 말에 와서 상담을 받다 보니 ‘여기서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상의했다. 현자 씨는 “당시 대전에서는 코로나19로 등원이 많이 안 되는 상황이라 학교를 못가니, 친구 관계가 형성조차 안 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먼저 내려와 지내볼까 싶기도 했는데 다행히 남편도 시골행에 동의해줘서 다섯 식구 완전체로 귀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약 3개월간 아빠 현수 씨는 집수리에 매진하고 이후 남해에서 어렵사리 건설 쪽 일자리를 구했는데 분명 급여를 좀 조절해서라도 주5일 근무를 지키려 했으나 회사 현실상 토요일 근무나 야근이 잦았다. 그럴 때마다 ‘이러려고 남해까지 온 게 아닌데…가족들과 더 많은 일상을 보내려 귀촌을 택했는데…’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현수 씨는 “남해군에는 정말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곳이 거의 없었다. 물류 분야나 건설업 등 해 온 여러 경력을 살리고 싶었지만 일자리 자체나 상황이 제한적이었다”며 “귀농이 아닌 ‘귀촌’인이라면 일자리 고민은 상당할 것이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귀촌의 목적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함…주5일제로 인식전환부터
빈집을 5년간 무상 임대해서 살게 된 가족은 “집이 해결되어 그나마 한결 낫지만 직장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휴양지 같은 남해에 살면서도 일과 삶의 균형이 깨져 ‘유토피아’의 삶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큰 산단이나 기업체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면 차라리 귀농인의 집 예산으로 국한해 사용하기보다는, 빈집을 활용해서 창업해서 그게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창업 지원 루트, 창업 관련 교육 등도 같이 가는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기후 및 환경 관련으로 ‘청년 리빙랩’ 사업과 ‘청년 동아리’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현자 씨는 “‘한달살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놀거나 쉬다 가는 소모성인데 좀 더 장기적인 정착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청년도서지원사업’에 가장 감사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이야말로 청년에 국한할 게 아니라 전 연령층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늘 생각컨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기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펼쳐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하동군에 주5일 직장을 구한 아빠 현수 씨는 본래 국가대표 수영선수이기도 했다. 만능스포츠맨이기도 한 재능을 살려 격주로 토요일 오전마다 고현초에서 ‘꿈빛학교 축구교실’을 열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다정한 아빠’ 를 되찾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평일엔 하동으로 출퇴근하면서 평일 저녁과 주말 이틀을 온전히 가족과 보낼 수 있게 되어 이들 가족이 함께인 시간이 늘었다. 야근과 출장이 잦았던 대전에서의 아빠는 집에서도 업무 전화를 놓기도 힘든 바쁜 아빠였다면 이제 남해에서의 아빠는 세 아이와 교감하고 학교 친구들까지도 운동으로 함께 챙기는 다정한 아빠로 거듭났다.
현수 씨는 “본래는 생존 수영 등 재능기부를 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수영수업은 한계가 있다는 교장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다양한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는 야외 운동인 ‘축구’로 전환하게 됐다. 다 같이 뛰어노는 시간이 소중하다”며 “남해에서의 만족도가 높아 이제는 도시생활이야말로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엄마 현자 씨 또한 “아빠랑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젠 아빠 안 무서워’라고 말해주는 아이들이 참 이쁘고 ‘더 늦지 않게 남해로 와서 다행이다’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