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보내고도 아이 키울 수 있는 포근한 곳을 찾았다는 기쁨
학원 안 보내고도 아이 키울 수 있는 포근한 곳을 찾았다는 기쁨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1.08.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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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으로 즐겁게 정착해가는 요즘… 귀촌해 온 학부모들과 일할 거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진주에서 왔어요. 남해로는 정말 자주 여행 왔으나 여기서 살 거라는 생각은 못 해 봤던 것 같다. 캠핑과 낚시 등 자연 속에서 어우러지는 걸 좋아하고, 두 아이와 정서적 여행을 위해 남해로 왔었는데 이젠 그 여행지가 삶의 터전이 되었다. 어떻냐고요?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토요일에도 학교 가고 싶다고 난리 치게 되었다. 그게 남해가 가진 힘이고, 작은 학교가 가진 엄청난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수권(46), 이수옥(41) 두 부부의 이구동성이다. 

진주 평거동.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교육의 도시로 명성이 자자한 진주시에서도 가장 치맛바람이 드세다는 곳. 여러 개의 아파트 단지와 몇 개의 학교, 숱한 학원이 삼위일체로 형성되어 한 번 들어가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기도 한 곳이다. 그래서 고가의 아파트 매입가로도 유명한 곳. 이곳을 ‘쓱’ 빠져나온 우수권, 이수옥 부부와 초4, 초1의 두 아이들은 지난 2월 16일 고현면으로 살러 왔다.

전국 음향, 영상, 조명기기 도ㆍ소매 설치 시공 및 대여업을 하는 우수권 씨는 여행만 오던 남해로 일하러 오게 되었다. 
남해초등학교 내 별별극장에 조명 공사 하러 왔다가 코로나19로 학교 가는 날이 적은 아들이 떠올랐다. 수권 씨는 말했다. “제 아들이 평거동 내의 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1년에 50일을 학교를 안 가는 거다. 연일 확진자 소식에 난리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하라는데 원격 수업받다가 부모랑 아이랑 전쟁나겠더라. 얼마나 싸웠는지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 남해는 일 때문에 왔는데 너무 평온하게 다들 일상이 유지되는 게 아닌가. 엄청 부러웠다. 처음엔 중학교가 한동네에 있는 상주초등학교를 가야겠다 막연히 생각하고 집을 엄청 찾다가 우연히 고현초를 알려주셔서 인연이 시작됐다”.
 
공부란 긴 마라톤 같은 것…학원 안 보내고도 잘 키울 수 있는 곳
이수옥 씨는 말한다. “학원중심지구에 살면서 우리 아이만 안 보내기란 정말 어려웠다. 아무리 부모가 사교육을 줄이는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학원 셔틀이 만연화되어 있는 곳에선 내 아이가 친구 만날 곳이 없어서라도 학원을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편이 늘 그랬다. 공부란 어차피 긴 마라톤 같은 건데 너무 어려서부터 사교육에 의존하다 보면 이 아이는 온실 속 화초일 뿐이다. 학원 가고 햄버거 먹고 또 학원 가는 삶이 아니라 좀 더 자연을 접하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 더 많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주고 싶었다”. 

현재 이들 부부는 부부 백수다. 수옥 씨는 본래 물리치료사였는데 이곳에선 아직 그 적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고 수권 씨는 음향, 조명 장비 공사와 렌탈(대여)를 주로 도맡는데 코로나19로 무대가 사라지고 행사가 끊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싱글벙글이다.
수권 씨는 “진주 아파트는 팔려고 내놨고, 여기서는 아주 좋은 집주인을 소개받아 아이들 졸업 때까지 넉넉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무상으로 얻었다. 물론 올 수리하는 조건이였다. 3개월 수리기간 동안 수리비만 4천여 만원 들었지만 좋은 경관 속의 집이라 집에서 밥 해 먹고 같이 지내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귀촌한 학부모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같이 일거리 찾고파
두 부부는 고현초 봉사에 뭐든 발 벗고 나선다. 인터뷰 한 날에도 부인은 학교 봉사를 하던 중이었다. 얼마 전에는 다른 귀촌한 가족들과 다 같이 벽화 그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수옥 씨는 “백종필 교장선생님의 헌신과 열정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 삼동면에 갔는데 ‘저희가 고현면에 산다’고 했더니 고현면을 엄청 좋게 평가하더라. ‘요즘 고현면이 뜨고 있다면서요?’ 하는데 괜스레 저희 어깨도 으쓱 거리고 자긍심이 막 생겼다”며 “이제 풀어야 할 건 일거리 고민이다. 지금까지는 있는 돈 까먹고 살고 있는데 고현면에, 나아가 남해군에 뭐 필요한 일이 없을까를 학부모들과 머리 맞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귀촌하려는 자, ‘박기석을 찾아라’
임성경 씨 가족은 물론 우수권 씨 가족 또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남해 귀촌을 준비한다면 ‘고현 주민 박기석 씨를 찾아라’는 팁을 주고 싶다는 것. 이 말인즉슨 그 어떤 정책보다도 든든한 이웃, 직접 나서주는 아군이 가장 큰 힘이더라는 것. 

또 하나 이들은 교육과 행정의 협치에도 애정을 갖고 있다. 군 행정과 학교 간의 연계, 협치가 더 원활하게 되고 학교와 학부모들의 선의를 조금 더 믿고 학교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청년 리빙랩’ 사업이 취지가 좋아 내년에는 고현면 학부모들도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신청하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단다. 

수권 씨는 “고현면의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고현면 게스트하우스’ 사업도 해보면 더 활기찬 고현이 되지 않을까 싶고, 고현의 둑방길과 이순신순국길을 연계한 작은 마을 축제, 손재주 있는 학부모들이 하나씩 만들어보는 음식이나 굿즈 등 다양한 길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며 “이 좋은 곳에 살게 되었으니 지역에도 도움이 되면서 저희도 생활을 조금씩 영위해 갈 수 있도록 일거리를 만들어 가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삶의 새로운 모퉁이를 도는 우리 이웃들. 이들 사이의 훈훈한 ‘(우리 마을 이장님이 최고) 자랑 배틀’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남해가 얼마나 따사로운 곳인지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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