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은 육지와 인접한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희문화들이 싹트고 전승되었다.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고, 인구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특정 지역의 문화유산, 특히 연희문화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서구 문화가 들어와 기존 문화를 구축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어제오늘의 상황도 아니다.

문화란 물 흐르듯 변화하는 것이니 존재 의미를 잃어 사라지는 문화에 마냥 매달릴 수는 없다. 여건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창안하고 확산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다만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문화란 갑자기 돌출해 정착되지는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균형 있게 살펴보고 지평의 시야를 넓혀 자연스럽게 습합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남해는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층이 늘어나면서 고유의 전통연희라 할 수 있는 유산들이 위축 또는 소멸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없진 않지만,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이미 살펴본 ‘선구줄끗기’와 ‘집들이굿놀음’의 경우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거나 지정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 여건이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그 밖의 전통연희들은 여러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그런 연희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살펴 대안을 고민할 때가 온 듯하다.

관심을 가질 때 전승도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두 단체를 제외하고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연희는 ‘화전매구’ 또는 ‘화전농악’이다.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고 재액을 물리치는 염원을 담은 이 풍물놀이는 오래 전부터 남해에서 때마다 공연되어 마을마다 놀이패들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한동안 맥이 끊겼다가 얼마 전 작고한 박희오 옹이 전창기 옹 등 이전의 전승자들로부터 전수받아 체계화시켰고, 많은 후학들을 양성해 지금의 틀로 가다듬었다.

현재 화전매구(농악)는 박희오 옹의 전승을 바탕으로 화전매구보존회(회장 이긍기)와 화전농악전통가락보존회(회장 박기홍) 두 단체에서 단원들과 함께 그 계보를 이어온다.

화전매구는 고현면 탑동에 사무실과 연습장을 두고 연습과 공연을 하는데, 단원은 30여 명 정도 된다. 비교적 결성된 지 오래되어 군내의 축제와 행사 때마다 초청을 받아 연희를 선보였다.

연륜이 오래된 만큼 단원들 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호흡도 잘 맞고 진행도 매끄럽다.

화전농악은 서면 장항마을에 작년 여름 ‘화전농악 장항마을 전수관’을 만들어 연습에 매진하는데, 회원은 30여 명이란다. 단원들의 기량을 연마하고 준비를 거쳐 공연에 나설 채비 중이다. 또 서면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단다.

두 단체의 공연은 근원이 같아 큰 차이는 보이지 않지만, 전승 체계와 방향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보인다. 군청의 지원도 꾸준히 받고 있지만, 지금은 두 단체 모두 코로나19의 발생 때문에 연습과 공연이 멈춘 상태다.

두 단체 모두 고민은 신입 단원의 모집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젊은 사람이 들어와야 활기도 띠고 계승에도 차질이 없는데,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문제는 모든 연희단체가 안고 있다.

지역 연희의 활성화, 길은 멀다
이 밖에도 많은 전통연희나 무형문화 자산이 읍면별로 이어지면서 이따금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남해군의 다양한 민속연희에 대해서는 돌아가신 정의연 선생이 다각도로 노력해 그 현황과 내용을 정리해두었다.

이동면 화계마을에는 배선대 전승이 있고, 설천면 덕신마을에는 줄다리기가 있으며, 창선면에는 상여놀이가 있다. 미조면에는 풍어제 놀이가 전하고, 상주면에는 달집태우기 연희가 전해진다. 이들 연희들은 어느 정도 발굴되어 재현하는 과정을 거쳤다.

설천과 고현, 이동, 삼동 지역에서 이어진 매사냥(매놓기) 풍속은 권재명 선생이 보존회를 만들어 전승과 복원에 힘쓰고 있는데, 특히 매놓기 전문가를 ‘주갈치’라 부른다. 지금도 명맥은 이어지고 있지만, 나이가 많아 실제 활동에는 제약이 있단다. 권재명 선생이 경남관광재단 관광협력PD 공모에 선정되어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이 외에 이동면 다정마을 줄깔기, 설천면 감암마을 용왕제, 모시길쌈 놀이 등은 한두 번 재현되었지만, 그 이상의 진척은 더딘 편이라고 한다. 더욱이 남면의 석교 줄싸움이나 설천면의 방질소리 등은 전승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 발굴된 적은 없다고 한다.

이처럼 남해의 전통연희는 전승자나 참여자의 열의와 노력은 뜨겁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충분한 성과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현재는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행사를 가지는 정도인데, 이도 원활하지 못한 편이다.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과(과장 정중구)도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인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물러가면 남해의 전통연희 보존회가 다 함께 모여 공연하는, 큰 잔치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우리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내 것이다. 아예 사라지고 나면 후회해도 때는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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