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및 자동화제어 분야에서 일을 하던 마흔여섯의 최종석 씨가 참으로 이해 못하겠는 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 는 TV프로를 보며 거친 삶을 동경하는 사내들. 그런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자 어느 순간 바로 본인이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연을 동경하고 있었다.

“뭐 저런 걸 보고 있어?”에서 “저렇게 살면 좋을 텐데, 근데 뭐해서 먹고 살지?”라는 고민으로 바뀐 최종석 씨. 유튜브로 열심히 찾다가 우연히 남해 펜션이 부동산 매물로 나온 걸 보았다. 
60대 부부가 건강상의 이유로 운영을 접으면서 나오게 된 매물, 보자마자 바다 전망도 좋고 총 5개의 방이 있는 소박한 펜션이라 본인이 운영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물론 이미 남해군에 1700여 개의 펜션이 있다고 하지만, 나 하나 살아갈 방도도 있겠거니 하는 희망을 품고 그렇게 남해에 오게 되었다.

용인에 아파트를 사는 대신 풍경 맛집 남해에 펜션을 산 남자

펜션 ‘아라힐’을 눈으로 확인하자 더욱 마음에 들었다. 걸어서 몇 발자국 나가면 바로 바닷가인 것도 좋았고 안온한 방의 느낌도 좋았다. 이전 주인인 두 부부가 알뜰살뜰 잘 가꿔 둔 정원도 좋았고, 태어나 처음 텃밭에 상추도 심어보는 재미도 좋았다고.

3월부터 펜션 가꾸기에 돌입했다. 벽화도 의뢰했다. 주제는 ‘작은 동화 나라’. 
최종석 씨는 “혼자서 가꾸기에도 크게 무리 되지 않는 것 같아 좋다. 작년부터 법이 바뀌어서 실거주 6개월 이상이 되어야 사업자등록증을 낼 수 있다고 해 현재는 열심히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매일 풀 베고, 가꾸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조차 모르겠는데 이게 너무 재밌다. 말로만 듣던 몰입의 기쁨이란 게 이런 건가 싶다”며 미소 짓는다.

어떻게 덜컥 펜션을 매입할 용기를 냈느냐는 질문에 “용인에 아파트를 사는 돈이나 여기에 소형 펜션을 사는 돈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기보다 남해의 펜션을 사서 생활비 벌이와 생활을 같이 하는 게 어떨까?”라는 판단이 서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고 한다. 

노을이 물드는 작장마을 아라힐에 산 지 100일
비밀에 부친 가족들에겐 ‘서프라이즈 중대 발표’

경기도 용인에 계시는 부모님과 근처 경기도 일대의 형과 누나 가족에게 모두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고. 종석 씨는 “1년에 한 번 온 식구들이 가족여행을 가는 데 작년엔 울릉도를 다녀왔다. 3월에 아라힐 펜션을 매입하고는 철저히 비밀에 부친 후 가족 단톡방에 ‘올해 가족 여행은 4월 14일, 남해로 가자, 중대발표가 있다’고 알렸다. 가족들은 죄다 ‘너 드디어 결혼하는 거냐? 예비 신부 소개시간이냐?’ 이렇게 기대하면서 4월 아라힐로 왔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부모님은 우리 막내가 대견하다며 우시고, 가족들 모두 남해가 정말 이쁘다면서 너무나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요즘의 일상은 페인트칠과 정원 관리 등 집 관리이다. 귀촌하고의 최고 장점은 ‘꿀잠’이라는 종석 씨는 “처음엔 닭 울음소리에 적응이 안되기도 했으나, 여기 온 후로 도시에서 만성적으로 앓았던 ‘불면증’이 싹 사라졌다. 하루가 금방 간다. 매일 할 일이 있어 지루하지 않고 매일 놀 거리가 있어 일상이 즐겁다. 곧 정리가 되면 문항마을에 가서 체험도 하고, 곳곳의 낚시 스팟도 좀 즐기고 느릿느릿 남해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만족도 100점이라는 귀촌 초년생, 그는 “저는 원래 안 알아보고 막 지르는 스타일인데다 혼자여서 딱 중요한 하나만 보고 내려올 수 있었지만, 사실 귀촌이라는 게 살던 곳을 옮기는 큰일인 만큼 주변 환경도 좀 살펴보고, 이런저런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남해를 겪어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남해 사는 불편함을 꼽자면 ‘분리수거’를 들었다. 도시와의 가장 큰 차이긴 하나 이 또한 내가 품고 가야 할, 맞춰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며 산다고. 
직장생활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장사와 동업을 해 본 경험이 풍부한 종석 씨는 “남은 삶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남해를 택했다. 느긋하게 살아보겠다는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에게 남해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매력으로 매일 위안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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