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 촌놈 횟집을 운영하면서 매일 남해 바다로 출사 가는 박대엽 사진작가가 포토에세이 '여시아관'을 발간하고, 오는 6월 30일까지 함평군 잠월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이어간다.

바다를 사랑해서 바다를 사랑하는 사내가 된 것이 아닙니다.
삶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 바다였음이어라.
오랜 세월 지난 후에야 뭍으로 돌아온 고향에서
그립고 그립던 고향 산천을 담고 또 담는데
고향 바다에서 만난 바다, 그 바다의 속내를 들여다보게 되었네.
한번 속내를 훔치다 보니 더욱 더 보고 싶어
아침, 저녁으로 달려가 만나서 이야기 나누던 순간순간들을 추억으로 남긴 흔적입니다.
바다를 다시금 사랑하게 된 바다를 사랑하는 사내는
‘나는 이렇게 보았다’는 말로 대신 하렵니다.

-잠월미술관 ‘박대엽 작품전’ 

‘나는 이렇게 보았다’. 미조 촌놈 횟집의 주인장 박대엽 씨가 보기 드문 사진집, 포토에세이 ‘여시아관(如是我觀)’을 선보였다. 미조 바다가 키운 사내, 젊은 시절 일등항해사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던 그 사내는 이제 남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미조 촌놈 횟집을 일의 터전으로 일궈가면서 거의 매일 빠짐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바다의 속살을 담아왔다. 1991년 7월 19일. 그날 ‘촌놈’이라는 가장 명백하고도 담백한 글자를 아로새기며, 바다에 충실한, 바다를 향한 삶을 새로이 열었다.

열아홉에 처음 만진 카메라 바다 사나이의 진중한 벗이 되다
무려 1954년생이라니. 무려 예순여덟이라니. 백마를 닮은 그를 보고 있자면 나이는 온데간데없고 여전히 말없이 말 건네는 수줍은 청년만이 조용히 카메라를 꺼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열아홉에 처음 만난 카메라는 바다밖에 모르고 살았던 청년에게 또 하나의 진중한 벗이 되어 준 것. 박대엽 씨는 “늘 바다를 가거나 늘 바다 사진을 보거나 해봐도 표면을 주로 찍은 것만 볼 뿐 물속을 잘 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한날 송정 바다에서 물 표면이 아닌 물속을 우연히 만나면서 지금까지 물속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 사진 책은 바닷물 속의 찰나, 그 속살을 기록한 여정이다”며 “하고한 날 바라보아도 정겨운 바다이며, 매일 매일, 매 순간이 모두 다른 바다란 그야말로 새로움의 보고”라고 말한다. 그렇게 만난 물속 사진이 몇천여 장이며 그중 고르고 골라 모아 엮은 것이 이번 사진집이다. 

30년 인연, 15년을 이어 다시 초대받은 함평잠월미술관
미조 촌놈 횟집과 그의 사진은 여러 예술가들의 소중한 쉼터이자 예술 담화가 되었다. 지난 22일 함평군 산내리에 자리한 잠월미술관에서는 이러한 귀한 인연의 ‘이음’을 잘 보여주는 ‘박대엽 작품전’이 있었다. 잠월미술관과 박대엽 작가의 인연 또한 지극하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촌놈 횟집 첫 개업 당시 손님으로, 낭인으로 맺은 인연을 시작으로 15년 전 개관한 잠월미술관 초대 전시를 박대엽 작가가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다시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잠월미술관 기획전시로 초대받아 오는 6월 30일(토)까지 포토에세이에 실린 여러 사진 작품을 더 크게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대엽 작가는 “30년 전 남도에서 미조 촌놈 횟집을 찾아준 다섯 명의 선생님이 계셨다. 공교롭게도 이분들이 전부 예술고등학교 선생님들이셨다. ‘엇, 촌놈이네?’ 하면서 들어와 시작된 인연이 이어져 오늘날 잠월미술관의 김광옥 관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까지 되었다. 고맙게도 ‘촌놈’ 이름을 뒤집어 ‘놈 자, 마을 촌’에 의미 하나를 달리 넣어 ‘붉을 자, 마을 촌’을 써서 자촌(赭村)이라는 호를 내려주었다. 이러한 호를 받은 것 또한 귀하다 싶어 미조중학교에 박대엽 혼자만의 장학회를 ‘자촌 장학회’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4회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바다를 보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만큼은 오롯한 내가 된다
그는 내달리기 선수다. 일요일 아침이면 여지없이 가고 가게를 열어놓고도 손님이 뜸한 시간이면 바다를 훔쳐 담기 바쁘다. 생업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사랑하는 사진을 실컷 찍자는 주의. 그렇게 한세상 바닷속을 실컷 본 기분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역동적인 장면을 숱한 세월 바라보다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죠. 이를테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자연은 우리에게 늘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본 그것만 인정하지 말라는 것을, 안쪽에 분명 다른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이어 말한다. “물속에 파도가 뒤집히는 순간의 간격이 찰나다. 그 속에서 날씨와 빛에 따라서 물색이 바뀐다. 인간이 바다 표면을 보면서 에메랄드니 옥색이니 하는 말을 벗어나 물 본연의 빛을 만나는 기쁨이 상당하다”며 “바다를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다른 거 신경 쓸 게 하나도 없다. 오롯이 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남들이 볼 때는 정신 나간 놈이겠지? 하하하”. 호탕한 그의 웃음에 내 속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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