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서진우 씨와 동생 서충원 씨는 창선면 보천마을로 귀향한 형제어부다. 두 사람은 유튜브 ‘남해어부이야기’로 구독자 1만 3천명에게 남해바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형 서진우 씨와 동생 서충원 씨는 창선면 보천마을로 귀향한 형제어부다. 두 사람은 유튜브 ‘남해어부이야기’로 구독자 1만 3천명에게 남해바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1968년생 형 서진우 씨와 1972년생 동생 서충원 씨는 형제어부가 직접 겪는 어업의 세계를 담은 ‘어튜브’ ‘남해어부이야기’가 귀어와 어촌에서의 삶을 소개하는 생생한 안내서가 되어주고 있다. 또한 이들 형제는 어부의 생활 소개에 그치지 않고 3개월 전부터 자체적으로 직장인 혹은 외지 사람들이 배워갈 수 있도록 ‘귀어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구독자 1만 2900여 명에 달하는 ‘남해어부이야기’의 두 주인공 서진우, 서충원 씨는 인천에서 살다가 2014년 창선면 보천마을로 귀향한 남해사람들이다. 

형 진우 씨는 “저희가 모두 4남매인데 성인이 된 이후로 인천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다가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아버지 혼자 창선에 계신 게 마음에 걸렸다. 사실 고향에 와서 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는데 그동안은 딱히 명분이 없었다. 시골 생활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지금 객지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고향에 와서 살고 싶어도 ‘막상 내려오면 들을 뒷이야기와 뭐가 잘 안됐으니 왔겠거니 하는 안부를 과장한 걱정’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다 보니 남해살이를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데, 저희의 경우 ‘홀로 계신 아버님을 외롭게 둘 수만은 없다’는 게 좋은 명분이 되어줘 귀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먹고 살려고 시작한 어부가 ‘삭막한 회색인의 삶’ 구원 투수

동생 충원 씨는 “보천마을 자체가 어부가 한 명도 없는 마을이었기도 하고 어업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도 없었죠. 하지만 저나 형이나 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 보니 먹고 살 길을 찾아내야 했다. 꼬막 작업하러 배를 8개월 탔는데 의외로 바다일 맞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어부를 결심하고 배웠다. 소형어선을 사서 어업을 하자 결심하고 남의 동네로 뱃일을 배우고, 아버지께도 계속 여쭙고 그렇게 하면서 1년 만에 겨우 소형어선을 하나 사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7년 차 어부지만 바다는 늘 새롭고 배워야 할 게 많다는 형제들은 “우리처럼 귀어, 바다, 뱃일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겪을 고생을 줄여줄 수 있다면, 또 이 바다가 주는 매력을 잘 알릴 수만 있다면 우리도 더 좋은 ‘바다 동료’이자 ‘삶의 친구’를 만나는 계기가 안 되겠나 하는 마음에서 하나씩 에피소드를 유튜브에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쭈꾸미를 잡는 방법, 그걸 잡아 함께 해물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 등 바다 풍경이 주는 매력이 상당했다. 호응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본인도 체험해보고 싶다는 사람과 ‘나도 어부가 될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 계기로 3개월 전부터 시작한 ‘귀어학교’의 반응은 상상초월이었다. 이들 형제는 “어마어마한 분들이 오는 걸 보고 저조차 놀랐다. 故정주영 회장님을 모셨던 분, 엔씨소프트웨어의 천재 프로그래머, 교수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직종의 분들이 2박3일 맞춤교육부터 일주일 과정까지 연차를 내고 이 시골까지 오신다”며 “사회책에서만 보던 삭막한 회색인의 삶을 대면한 기분이었다. 돈과 명예를 쫓아 허겁지겁 달렸던 사람들이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자유 찾아 본성 찾아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분지족’의 삶을 추구하는구나를 절절히 느꼈다”고 한다.

돈도 쓰기는 쉽고 벌기 어렵듯 마을에 사람 살게 하기가 쉽지 않다

형제에겐 인정이 있다. 행정이나 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귀어학교가 아니다 보니 머물 곳이 없는 수강생들을 위해 기꺼이 방을 내주기도 하고, 같이 밥 해먹으면서 ‘물 때 보고, 바람 느끼면서’ 바닷일을 알려주다 보니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상당하다. 인터뷰 당시 만난 충남 공주시에서 왔다는 한 수강생도 “이들은 우리 어부지망생들의 희망이다. 신이죠, 신(神).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영상도 수십번 씩 돌려보는데 너무 재밌고, 빨리 귀어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떤다. 동생 충원 씨는 “그래도 우린 고향이다 보니 부모님이 살던 집도 있고 모르면 물어볼 데라도 있는데 생초보로 다짜고짜 귀어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저희는 ‘네트워크’를 구축해가고 있다. 저희 같은 ‘어튜브(어업 유튜브) 어부’들이 전국 각지에 있다. 배우는 건 여기 남해바다에서 배울지라도 바다라는 게 공유 자원이다보니 동네 분들은 아무래도 귀어인 자체를 썩 반기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마음도 십분 이해된다. 그리고 도시민의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 동해, 서해, 남해 등 다양한 귀어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서 배우고 원하는 지역을 연결시켜 주는 것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귀향 후 남해에서의 삶에 대해 “한마디로 최고죠!”를 외치는 두 형제는 “제 고향이 이렇게나 좋은지 어렸을 땐 진짜 몰랐다. 창선이란 섬은 남해읍에 비하면 정말 별 볼 일 없다 여겼는데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해 보면 가족들과 도란도란, 탁 트인 바다 위 자유를 만끽하며 생계까지 해결되는 어부의 삶은 비할 수 없이 행복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시골의 경우 동네에 들어가면 진짜 적막 그 자체다. 집집마다 한두 사람씩 살기는 사는데 이게 인구절벽이구나 싶다. 마을을 구성하는 요소 중 몇몇이 빠진 빈 껍데기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며 “돈도 쓰기는 쉽고 벌기는 어렵 듯 사람 모으는 것 또한 마찬가지 같다. 사람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아이가 없고 다양한 세대가 없다는 그 자체가 마을의 위기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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