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를 찾아 걷다 보면 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창선면 당저2리, 해창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을 찾으면 봄을 알리는 동백이 먼저 마중 나와 있다.

지난 8일, 느닷없이 찾은 추섬 공원에서 절반의 화개(花開)를 보았다. 결코 문서로는 도달할 수 없는 암묵지(暗默知)같은 감동. 누구 하나 발길 하는 이 없었다 한들 그저 그 자리에서 가만히 가만히 활짝 꽃 피운 붉은 동백을 바라보았다.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꽃말처럼 동백꽃은 저마다의 속도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빨간 동백꽃 따라 천천히 초록의 숲길을 걸어, 걸어 가다보면 어느새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있어도 좋을 두 개의 긴 의자에 닿는다. 긴 의자 뒤로 펼쳐진 파란 바다. 고요한 낭만이 존재한다면 어쩌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는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모양의 추섬, 2003년 공원이 만들어져 이제는 ‘추섬 공원’으로 불리는 이곳을 한 바퀴 걸어보는 즐거움이 꽤 크다. 추섬 공원만 걷기 한가롭다 싶다면 남해바래길5코스이자 남파랑길 38코스에 해당하는 ‘말발굽길’ 코스 중 일부 혹은 전부를 선택해 걸어도 좋겠다. 

긴 의자가 있는 곳에서 다시 올라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면 벚꽃나무를 지나 파란 바다를 마주한다. 운이 좋아 썰물 때를 만나면, 해안절벽까지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절반의 동백이 남아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추섬 공원으로 봄마중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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