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 죽방렴 풍경 카페 샘성 최한샘ㆍ권민성 부부
지족 죽방렴 풍경 카페 샘성 최한샘ㆍ권민성 부부
  • 강영자 기자
  • 승인 2021.02.26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주고도 못 살 풍경을 매일 보는 기쁨… 출퇴근 길이 가장 행복해
노을 물든 지족바다와 죽방렴 풍경… 하나뿐인 연인(戀人)과 좋아하는 빵 구워내는 카페 ‘샘성’

봄이 오려나 보다. 노을이 내려앉은 지족바다를 거닐어도 뺨에 닿는 바람이 보드랍다. 어민들의 삶의 지혜를 느끼게 해주는 죽방렴의 대나무 어살을 바라보는데 두 바퀴 자전거를 탄 무리가 휘리릭 지나간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평온함이 느껴지는 이 바닷가 마을을 닮은 젊은 부부가 자그마한 베이커리 카페를 내어 빵 굽는 냄새에 미소짓게 하고 있다. 보물섬에서 나고 자란 최한샘(29) 씨와 그녀와 결혼하면서 남해에서 제2의 삶을 열어가는 남편 권민성(34) 씨의 이야기다. 각자의 이름 한 자씩을 엮어 ‘샘성’이라는 새 이름을 걸고 어떤 빵으로 행복을 전할까 고민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편집자 주>

빵을 사랑하는 한샘 씨와 커피를 뽑아내는 민성 씨는 부산에서 살다가 지난 2020년 11월 한샘 씨가 나고 자란 지족으로 귀촌했다. 죽방렴체험관 앞 폐허로 남아있던 예전 식당 건물을 리모델링 해 ‘샘성’이란 베이커피 카페를 오는 2월 시작했다. 제과제빵 전공자인데다 특히 페이스트리(pastry)에 자신 있었던 한샘 씨는 초코 크로와상, 크림 크로와상, 햄 치즈 크로와상과 뺑오쇼콜라, 다크 빨미까레 등을 기본 메뉴로 정했다. 한샘 씨는 “코로나 시국에 가게를 연다는 게 걱정과 두려움이 컸으나, 제가 잘 할 수 있는 페이스트리를 맛있게 구워 선보이고 싶었다”며 “부모님이 가까이 산다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든든했고, 무엇보다도 신혼집에서 여기 가게까지 걸어오는 출퇴근길이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의 풍경이라 너무나 감사했다. 가게를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남편 민성 씨 또한 “부산에서 거의 살았으나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진해였다. 그곳의 바다를 사랑했는데 이곳 지족바다를 딱 만났을 때 어린 시절 추억이 그대로 있었다. 키 작은 건물과 훤히 보이는 바다, 소음 없는 고요함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해나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하루하루 감사하다”고 한다. 

 

기분 좋게 만드는 ‘결’이 살아있는 ‘페이스트리(pastry)’카페
빵 굽는 냄새만큼 우리를 미소짓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러한 빵 중 결이 잘 살아있는, 도시에 나가야 맛볼 수 있었던 ‘빨미까레’나 ‘뺑오쇼콜라’ 등 페이스트리를 ‘반죽에서부터 굽기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직접 만들다 보니 맛본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여기에 정식 오픈인 4월 2일 이후엔 샌드위치 종류도 추가할 예정이라니 빵 애호가들에게는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한샘 씨는 “고교 시절 때부터 빵을 만들면서 만드는 기쁨이 무언지 먼저 느꼈다. 결혼하기 전 더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을 한 달 동안 혼자 ‘빵 순례’를 했는데 특히 파리에서 커피 한잔에 뺑오쇼콜라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그때 막연하지만 언젠가 내 가게를 내면 꼭 뺑오쇼콜라를 내드려야지 다짐했던 것 같다”며 “다시 돌아온 고향 남해는 어렸을 때는 미처 보지 못한 풍경과 감정을 매일 선물처럼 안겨준다. 어렸을 땐 이런 풍경이 좋은 줄 몰랐고 그저 읍에 나가 햄버거 사 먹는 즐거움이 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러한 풍경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언제고 바다란, 말 그대로 바다처럼 한없이 좋은 것임을 느낀다”며 미소짓는다.
 
남해를 지켜온 지역주민들이 풍경 한 조각에 빵 곁들여 쉬어가길
이들 부부에게는 생후 14개월이 된 아들이 있다. 어쩌면 이 아이로 인해 남해 귀촌이 더 앞당겨졌으리라. 아이에게 더 깨끗한 환경, 더 포근한 울타리를 주고 싶었다는 부부는 그래서 이곳 카페 또한 ‘노키즈존’이 아닌 ‘어린이를 환영하는 곳’, ‘남녀노소 누구나 차별 없이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민성 씨는 “해안도로에 인접해 있으나 여행자도 많고 라이딩 즐기는 분들도 곧잘 쉬어 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샘 씨는 “정말 남해가 관광지구나 실감할 정도로 손님이 많이 오시더라. 너무나 감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남해에 살면서, 아니 남해에 살아서 남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채 감상할 새 없이 일하며 살아오신 지역주민들께서 우리 카페에 오셔서 풍경 한 조각을 벗 삼아 달콤한 시간,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아이와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빵과 음료를 내어드리기 위해 좋은 재료로 더 연구하는 베이커로 노력해 나가겠다는 ‘샘성’의 젊은 두 사람이 구워갈 맛있는 내일이 기대된다.

(※카페 샘성: 삼동면 죽방로 24, ☎ 867-8080, 수~월 오전 11시부터 오픈, 화요일 휴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