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도 자신만의 노하우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사람들이 있다. 다랭이마을의 이창남 한국정보화농업인 회장이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다랭이마을을 전국을 넘어 세계로 알려내는 데 최선을 다해온 그는 일찍부터 문화재 구역이란 제약 속에서도 질 좋은 농산물을 활용한 특색있는 생막걸리, 다랭이팜 막걸리 공장을 일궈내는가 하면 남해 유자와 흑마늘을 화덕피자로 접목, ‘멸치쌈밥 간편식’ 등 사랑받는 먹거리를 고민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에는 ‘갈아 마시는 유자청’으로 그야말로 대박 신화를 썼다. 기존의 유자차처럼 채 썰어 만든 게 아닌 유자 자체를 통째 갈아서 넣은 것으로 유자차로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요거트 위에 토핑처럼 뿌려 먹고 빵 위에 발라 먹을 수 있어 한 번 맛본 사람은 깊은 향과 간편함을 잊지 못해 인기가 더욱 좋다. 지난 12일 다랭이마을 농부 맛집에서 만난 이창남 회장, 전날 700여 개의 택배 발송으로 짐짓 피로해 보였으나 대화가 시작되자 이내 곧 그가 지닌 특유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편집자 주>

지난 12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기쁨도 잠시, 넘치는 택배 물량을 맞추느라 밤샘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는 이창남 회장은 “코로나19로 분명 면역력을 높이는 제품을 소비자들은 찾을 것이라고 나름 전략을 세웠으나, 예상을 훨씬 더 초월한 주문량에 가족들과 일하는 사람들 모두 녹초가 됐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는 “갈아 마시는 유자청을 2019년도에 7000병을 만들었는데 20일 만에 완판되는 걸 보고 2020년에는 대대적으로 해야겠구나 싶던 찰나에 한 유통업체에서 무려 10만 병을 독점 공급해달라고 재차 요청해왔다. 긴 고민 끝에 수락한 후 몇 달간 농부 맛집 식당도 접고, 막걸리도 쉬고, 오로지 유자에만 매달렸다. 10만 병 외에 3만 병을 추가 제작해 제가 가진 유통 채널로 이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판매 권하지만…1000원 이상 비싼 남해군내 택배비 문제
이창남 회장은 “남해만큼 농수축산물의 품질이 좋은 곳이 어디 있나. 농민들이 제대로 생산해낼 수 있도록 구입단가를 잘 책정해주고, 질 좋은 농수축산물에 요즘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어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되 거기에 ‘남해만의 가치’를 부여할 때 상품의 가치도 함께 향상된다.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도 산다. 해썹(HACCP) 인증은 기본이고, 유기농 재배나 제품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까지 본다”고 강조했다. 또 “좋은 가격을 인정받는 것은 계약 재배 등을 통한 좋은 가격으로 농민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가령 남해 유자 단가가 2019년엔 킬로당 3000원이었는데 2020년엔 1800원까지 값이 떨어진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적어도 계약 재배로 평균 3000원은 보장해 줄 수 있어야만 농업인도 살고 질 좋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받아 가공하는 가공산업도 살게 되는 건데 고작 몇 백원 주면서 하품 쓰고, 타지에서 가져와 남해 것 인양 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고 너나없이 강조하면서도 실상 온라인 판매에 실질적인 대책은 역부족인 것 같다”며 “일례로 다랭이마을로는 대부분 택배사가 수거하러 오지 않으려 한다. 어제처럼 700개 유자청을 보낼 경우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든 데다, 오면 2~3시간 실어야 하니 지체되는 시간 때문에라도 오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결국 택배 물량 전량을 직접 실어 읍까지 날라야 한다. 게다가 유통비용에 포함되는 택배비용 또한 삼천포보다 남해가 1000원 더 비싸다. 하루 700개 보낼 경우 택배비 차이만 70만원이니 가격경쟁력에서 이미 남해군은 타 시군에 진 채로 링에 오르는 셈이다. 농사짓는 농민도 살리고 가공업자도 살리려면 직거래 택배는 물론이며 남해에서 나는 농수축산물을 일정량 이상 사용ㆍ가공해 판매하는 자에게 택배비 일부 지원이나 보존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스토리채널ㆍ네이버 밴드 입점 등으로 판매 전략 세워야
다랭이마을이라는 좋은 브랜드와 가치를 목전에 두고도 앞서 말한 택배 문제나 가공 여건 등의 뚜렷한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이후 남해읍에 유자 가공공장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창남 회장은 “솔직히 저는 판로나 유통에 자신이 있다. 지금도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커 읍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 요즘시대는 홈페이지 판매가 사실상 힘들다. 남해군도 온라인전담팀을 만들고, 산청군처럼 카카오스토리채널을 활용해서 팔거나 10만 이상 구독자가 있는 네이버 밴드에 남해군 농수산물을 입점시켜야 한다. 특히 남해군의 경우 카카오스토리채널과 밴드를 이용해 수산물을 판매하면 실시간 주문량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태국에서도 요청이 들어 오고 있다. 내년은 30만 병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론 200밀리 ‘휴대용 유자청’을 만들어 CU등 편의점에 납품할 계획이다. 1인 가구가 30% 넘었다. 산과 바다에도 편히 들고 갈 수 있는 사계절 유자청이 필요한 시대다. 비타민C의 보고, 유자 향기의 으뜸인 남해 유자의 가치를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사계절 유자상품’으로 커피믹스 대신 ‘유자 믹스’, 딸기잼보다 상큼한 ‘유자잼’, 유자 모양의 양갱과 젤리 등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위드(WITH)코로나 시대의 관광’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창남 회장은 “최근 뉴스를 보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응답자 80%가 해외여행을 꼽았다. 이렇듯 국민들은 이미 답을 정해둔 상태다 보니 이들을 끌어오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이기에 청정지역으로서의 반짝 특수를 누리는 것 일 수도 있다. 농촌관광은 더 정교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일본 모쿠모쿠 체험농장처럼 6차산업의 시스템이 마을에 갖춰 있거나 하다못해 짚라인이나 그도 안되면 U자 형식으로 도랑을 둘러싸고 레일이라도 깔면 다랭이마을이 더욱 활기를 띨 텐데 ‘문화재 구역’이라는 장벽 뒤로 좌절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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