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부동산중개사 자격시험 합격자로 시작한 공인중개사, 강진만에서 피조개 양식 30여년, ‘바이오플락’ 방식으로 새우양식 성공. 잘 이어지지 않는 이 조합을 모두 거머쥔 사람, 도전 앞에 겁은커녕 과감하게 정면돌파하는 이 사람은 창선면 지족리 758-1번지, 신흥수산 손성덕 대표다.

해바리 마을 인근 ‘신흥수산’이라는 이름의 새우양식장을 허가받기까지의 힘겨웠던 과거사만 들어봐도 정말 어디서 저런 용기와 패기가 나오는 걸까 의아할 정도로 집념이 대단한 분이었다.

육지에 올라와 있는 양식장인 이곳, 신흥수산이 새로운 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새우 생산방식인 축제식 방식이 아닌 ‘친환경 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플락’ 방식을 이용한 양식장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플락’ 이란 물고기가 배출하는 배설물을 미생물이 섭취하고, 이 미생물이 성장하면 다시 물고기가 섭취하게 해 사료의 양을 줄이는 기술로, 대표적인 친환경 양식기술로 불리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흰다리새우 양식에 성공한 손성덕 대표. 잘 아는 축제식에 비해 월등한 점은 기존 축제식으로는 새우를 가을 한 철에 국한해 만나지만, 이 바이오플락으로는 한 해 3차례까지 새우생산이 가능해 사실상 사시사철 새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현장에서 논문 보며 연구 거듭하는 새우 사랑

부동산 중개업으로, 강진만 일대에서 이뤄지는 피조개 양식만으로도 일상은 충분히 분주할 텐데 어떻게 새우양식까지 도전하게 된 걸까. 손성덕 대표는 “지금 신흥수산이 자리하는 이곳 땅을 1992년도에 샀다. 그때부터 쭉 이 땅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해왔다. 참게와 미꾸라지 양식도 리스트에 있었다. 우연히 국립수산과학원 내의 서해수산연구소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갑각류’ 교육이 있다고 해서 한 달간 숙식하며 배운 게 결심의 계기가 됐다. 참게나 미꾸라지보다 새우양식은 초기자본은 많이 드나 사업적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새우만큼 손질이 간편하고 요리활용도가 높은 산물이 또 있나. 세대를 가리지 않고 국산과 생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게 새우라는 판단이 서자 어떻게서든지 이 친환경 양식 방식인 ‘바이오플락’을 완성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서해연구소에서 인연이 된 두 박사님을 아예 이곳에 초빙해 실무로 직접 익혀 바이오플락을 모조리 습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새우가 굉장히 연약한 생물이다. 물이 안 좋으면 금방 다 죽어버린다. 광어 양식을 보면 화학약품을 굉장히 많이 쓰는 걸 볼 수 있다. 광어양식장에서 밖으로 물을 내린다면 그 아래 생물들은 거의 살지 못할 것이다. 만일 새우양식을 광어처럼 한다면 새우는 이내 곧 죽을 것이다. 그만큼 새우는 화학약품 없이 키워야 하는 생물이다. 매일 물속 염도와 수치를 민감하게 체크하고 꾸준히 기록해둔다. 이 바이오플락 기술은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나 아질산을 미생물이 분해함으로써 사육수 교환을 할 필요가 없는 친환경 기술로 ‘지속 가능한 양식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도부터 전국으로 다니며 벤치마킹을 하고 양식과 수산 관련 논문은 죄다 찾아 읽었다는 손 대표는 지금도 수질 환경에 예민한 새우를 공부하기 위해 최근의 유의미한 논문을 찾아 참조ㆍ적용한다.

여전히 98%가 축제식…선진적인 양식법인 ‘바이오플락’

총 30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4985㎡ 면적으로 신흥수산을 지었다. 허가까지 5년이나 걸린 긴 시간을 묵묵히 버텨올 수 있었던 건 바이오플락으로 키운 새우 맛을 본 이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었다. 최근 이마트 등 대형업체에서도 ‘바이오플락’으로 생산한 생새우 납품에 환영하는 추세다 보니 판로 전망은 밝다. 손 대표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굳이 소포장으로 팔 생각을 못 했을 정도로 타지의 도소매 거래처 몇 곳에서 우리 새우를 쓸어 담아갔다. 가을 한 철이 아니라 연중 3회 각 10톤씩 생산되다 보니 우리야말로 안정적인 공급처인 셈이다. 앞으로 이 인근에 새우양식을 더 확장 시킬 계획이다. 현재 허가를 신청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제식 새우양식을 하던 이들도 이젠 ‘바이오플락’이라는 친환경 방식에 눈을 돌리고 배운다. ‘남해 가면 사시사철 새우를 맛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기여하고 싶은데 참 쉽지 않다”며 “이웃 고성군의 경우 수산과에서 앞장서서 바이오플락을 권장하고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손 대표는 “사업성이 있어 돈이 되어야 애 울음소리도 나지 않겠나. 몇 개 마을을 지나도 젊은 부부 찾기란 어렵고, 그러니 애 울음소리도 안 난다. 왜 오지 않을까. 제대로 된 직장이나 수입을 얻기 어렵단 반증이기도 하다. 이게 지속 되면 지방세도 없어지지 않겠는가. 친환경 사업은 기회다. 좋은 기술이 있으면 너나 없이 같이 해 메카가 되도록 만들면 좋을 텐데 남해군은 배타적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동력이 있을 때까지는 죽기 살기로 매달려 제대로 된 성과를 내겠다는 일념으로 내달리는 손성덕 대표, 그를 따라 일일이 살펴본 양식장과 공장 내의 발전실, 자재실 등 신흥수산 일대는 그 어느 것 하나 숨김없이 명료했다. 이론과 실제가 공존하는, 그야말로 살아 펄떡이는 노동현장이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