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슬래트 지붕집이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슬래트 지붕집이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
집집마다 배출된 생활폐수가 이곳으로 흘러나와 바다로 유입된다
집집마다 배출된 생활폐수가 이곳으로 흘러나와 바다로 유입된다

생활에 위협이 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해 치안이 걱정되는 마을, 소외계층 어르신들이 많아 노약자 우울증, 고독사 등 사회문제의 불안을 안고 있는 마을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다. 바로 국토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시행하는 ‘새뜰마을사업’이다. 

2015년에 시작된 본 사업은 대상 마을이 지속가능한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생활인프라 개선 뿐 아니라 알자리, 보육, 문화, 환경 등 마을 문제도 함께 해결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실제로 새뜰마을사업이 시행된 이후, 지역의 기초생활인프라가 확충되고 마을 일자리가 창출되며 공유 공간이 재정비되면서 마을 전체에 활기가 생겨나는 등, 실질적으로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수백채의 공·폐가가 철거되고, 붕괴위험에 있던 축대나 담장이 보강되었으며 마을 내로 들어오는 소방도로가 정비되고, CCTV가 설치되어 자연재해 및 범죄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일례로 부산 사하구 감천마을은 2019년 새뜰마을사업 이후, 106채의 노후주택이 수리되고 150가구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었으며 마을 도서관, 건강센터, 공원 등이 조성되어 ‘가고 싶은 마을’을 넘어 ‘살고 싶은 마을’로 변모되었다. 같은 해 대상지였던 광주 서구 발산마을에서는 폐가와 나대지를 활용해 청년창업 식당, 마을 전망대, 커뮤니티센터, 주차장, 마을공동텃밭을 조성하여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는 광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같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 피부에 와닿는 ‘행복’을 전해주는 새뜰마을사업이 2021년 대상지를 선정중에 있는데 우리 남해의 한 마을이 후보지에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미조면 노구마을이다. 

물미해안도로를 따라 노구마을을 직접 찾았다. 대지포로부터 아홉 굽이를 지나는 갈대숲마을(蘆)이라는 뜻의 노구(蘆九)마을은, 가파른 언덕길에 45가구가 촘촘하고도 아담하게 자리잡아 가만히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도로에서부터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그 모습을 쉬이 구경할 수 없는 숨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 도로는 경사가 꽤 사나워 초행이라면 순간 움츠러들 수도 있다. 좁고 가파른 길을 지나 바닷가와 거의 맞닿아있는 한 집에서 노구마을 정여미 이장을 만났다.

노후된 슬레트 지붕, 바다로 흘러드는 생활 폐수… 주민 건강과 환경 위협해

이제 귀촌한지 3년차라는 정여미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이장으로 선출됐다. 정 이장은 어떻게 하면 마을의 어르신들이 좀더 편안하게 다니고, 마을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지를 매일같이 고민한다. 고민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나서서 행동한 결과, 마을의 숙원사업이던 마을 양쪽, 신골과 가인포로 이어지는 농로를 제대로 된 도로로 만드는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노구마을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원사업이 산적하다.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방치되어 있는 슬레트 지붕들이다. 

정 이장은 “슬레트 지붕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이후 전국적으로 정부 보조 철거작업이 진행됐었다. 그런데 등록 건물, 그것도 안채에만 보조가 나왔다. 시골에는 미등록, 무허가 집들이 많은데 전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아래채, 헛간, 화장실 등 전부 슬레트 지붕인데 안채만 철거가 이루어진 집들이 숱하다. 걷어내는 데 전문인력이 필요해 시골 어르신들이 손도 못 대고 있다. 마을 환경을 개선하려면 1순위로 철거해야 한다”며 마을 곳곳의 슬레트 지붕을 가리켰다. 그중에서는 폐가도 있었고, 어르신들이 사는 집도 있어 어르신들의 건강과 마을 미관을 위해 하루빨리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 이장은 계속해서 “우리 마을은 정화조 종말처리장이 없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정화조가 있긴 하지만 그 외 생활 오·폐수는 그대로 관을 타고 바로 앞 바다로 흘러간다. 집집마다 제각각, 아무데로나 생활폐수를 배출하고 있는 하수관들을 정비해서 마을 중앙처리장으로 모이게 해야 한다. 마을이 보기에는 아름답고 바다가 깨끗해 보이지만 실상은 이렇다는 게 참 안타깝고, 후손들에게도 부끄럽다”며 깨끗한 남해바다와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함께 자리한 최수덕 노구마을 개발위원장 또한 “마을 입구에 공동창고가 방치되어 있는데, 이곳을 리모델링하면 마을에 큰 활력이 될 것 같다. 보건소와 연계해서 찜질기, 안마기 등을 놓아 힐링, 치유공간이 될 수도 있고 또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구마을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모습에서 그의 마을을 향한 애정이 깊이 묻어났다. 

정여미 이장은 이번 새뜰마을사업에 선정되면 앞서 말한 지붕개량, 정화조설치 외에도 마을을 상징하는 색을 정해 그에 맞춘 벽화작업과 꽃밭을 조성하고, 위급시 구급차와 소방차가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현재 좁고 가파른 마을길을 정비하며, 낚시꾼과 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아름답고 살기좋은 노구마을을 위한 정 이장의 고민과 행동은 아마도 이장직이 끝나는 날에도 멈추지 않을 듯 싶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에 살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새뜰마을사업. 올 12월 말, 전국에서 경쟁발표를 통해 70마을을 선정한다. 우리 노구마을이 내년도 대상지로 선정되어 멀리서 보기에만 아름다운 마을이 아닌, 그 안에서 살며 마을을 가꾸는 어르신들이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을이 되길 기원한다.

항구와 마안도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노구마을
항구와 마안도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노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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