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나무 향기에 기댄 채 따뜻한 커피 한잔이 그리워지는 이 가을. 가을을 닮은 두 사람을 만났다. 공직생활을 퇴직하고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는 기쁨에 빠져 사는 아내 고정숙 씨와 농협에서 무려 39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그길로 목공에 빠져 ‘목공간’을 열어 나무와 사는 남편 최정윤 씨. 두 사람의 깊은 정성이 어우러진 열린 공간, ‘티움 카페 겸 목공간’에서 만난 부부는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편집자 주>

이 골목에 이런 카페 겸 갤러리가 숨어있었다니. 지난 2019년 11월 29일 처음으로 문을 연 ‘카페 티움&목공간’. 곧 1주년을 맞이한다는데 그간 다니던 길로만 다닌 탓에 이 좋은 곳을 미처 몰랐다. 몰랐던 지난 1년이 아쉬울 만큼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정숙 씨가 정성으로 가꾼 꽃과 화분 덕분에 작은 뜰에 온 듯 화사했고 안을 들어서면 자그마한 박물관 하나를 뚝딱 옮겨온 듯한 고가구와 자기, 수석 등도 보인다. 하지만 가장 눈길이 머무는 건 남편 정윤 씨가 직접 만든 탁자며 의자, 그 외 카페 안의 대부분의 소품들이었다. 모두 나무가 소재여서 따사롭고도 부드러운 빛이 났다. 안주인 정숙 씨는 말했다. “처음부터 카페를 열 거라곤 꿈에도 몰랐죠. 남편이 2017년 1월 퇴임 후 이틀 뒤 곧장 대전으로 목공아카데미를 갔어요. 그렇게 1년간 대전을 오가면서 목공을 배우는데 곧잘 하는거에요(웃음). 작은 소품부터 탁자까지 뚝딱 만드는 게 신기한데 수준도 제법인거에요. 주변에서도 의뢰가 들어오고, 선물로 주면 너무나 고마워하고…안 되겠다 싶었죠. 이 사람의 작업장이나 전시공간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이 들대요”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남편 최정윤 씨 역시 아내를 위한 마음이 컸다. “카페의 시작이 목공이긴 하나 더 큰 계기가 된 건 이 공간이죠. 본래 장모님께서 사셨던 집이거든요. 장모님 소천하시고 집이 비어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판다고 생각하니 뭐랄까 제 마음 한구석에는 처갓집이 없어진다는 아쉬움이 너무 클 것 같았죠. 그래서 부인을 설득해 팔지 말고 우리가 사자고 하고 그렇게 진행이 됐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 공간이 더 활기가 돌았어요. 저희 장모님이 쓰셨던 고가구들도 멋스럽게 어울리고, 정갈한 집사람이 정원을 가꾸고, 커피나 수제차 등을 매개로 이웃ㆍ지인들과 나누기도 좋고요”

‘휴식과 취미’ 아우르는 카페 겸 갤러리에 ‘목공’ 원데이클래스까지 

1주년 된 이곳이 누구라도 마음 편히 올 수 있는 공간, 얼마든지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이면서도 골목카페답게 동네 주민들에게도 소소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음악회’나 ‘골목 플리마켓’ 등을 열고 싶었다는 두 사람. 그러나 전 지구촌을 힘들게 하는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카페와 이어진 정윤 씨의 작업공간인 ‘목공간’을 본 사람들은, 특히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는 즉시 너나없이 왜 ‘원데이 클래스’ 같은 취미수업을 열지 않느냐는 원성이 잦다. 목공지도사 자격까지 갖춘 그였기에 그런 요청은 더 많다. 정윤 씨는 “나무향기가 너무 좋고 나무는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려져서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든다. 또한 나무 무늬는 같은 게 없다. 꼭 제각각 다른 사람을 닮았다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무와 함께 있을때면 큰 기쁨을 느낀다”며 “너무 어릴 때부터 쭉 직장생활만 해본 나란 사람이 퇴직이 계기가 되어 발견하게 된 제2의 인생이 바로 이 ‘목공’이다. 취미가 일로 이어지는 순간이 많으나, ‘목공’의 본질은 언제나 같다. 나를 다듬듯 더 다듬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아내 정숙 씨는 말한다. “저 또한 공직생활을 오래 하다 막상 퇴직하려니 겁이 덜컥 났는데 이 카페가 있으니 다시 출근할 곳이 생긴 듯해 기쁘다. 출근하는 곳이 나만의 갤러리 마냥 소중한 것들로 가득 차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누구라도 초대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건너고 있는 두 사람, 남해초 58회ㆍ59회 친구로 토닥토닥 사는 두 사람에게서 붉은 가을 국화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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