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끌고 있던 자아성장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석한 30대 초반의 여성 S는 잘 풀리지 않는 자신의 문제와 과거 상처의 실마리를 찾고자 친구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던진 질문이었다. “지금 제가 겪고 있는 힘든 생활이 다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인가요?” 자신의 과거사와 현재 힘든 처지에 놓여있음을 늘어놓았다. 
집단상담이란 여러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역동적인 대인관계 과정이다. 주기적으로 만나 진행하는 형태이거나, 숙박을 함께하며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마라톤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진다. 특정한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화집단과 자신의 당면한 문제를 자유롭게 나타내는 비구조화로 다루어지고 있다. 

집단상담을 개인상담과 비교하였을 때, 각자가 지닌 답답하게 여기는 사안을 내어놓으면 집단에 참석한 사람들이 듣고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친밀감, 신뢰감, 공감적 이해로 집단 내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이때, 집단 응집력이 나타나거나 적대감과 갈등을 포함할 수도 있다. 필자가 집단상담 지도자가 되어 집단원으로 하여금 자기 개방, 위험 감수, 그리고 집단 내의 갈등에 대해 건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여러 명의 내담자를 대상으로 행동양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끔 집단의 목적과 운영방식 등을 알려주고 성장과 적응집단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었다. 

집단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선입견을 버리고 대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내용보다는 과정이 중심이 되며,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너와 나의 주관적 경험을 중시한다. 집단상담 과정 중에 어떤 상반된 의견이 나오더라도 수용되고 허용되는 분위기와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느낌’의 교환이 있도록 참가자들에게 별칭을 지어 부르게 하였다. 
집단상담에 참석한 그녀의 별칭은 ‘수정’으로 혼탁하지 않고 맑음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어린 시절에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가 집을 떠나버린 뒤에 막노동 일을 하는 아버지와 살면서 어린동생들을 돌보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집안 살림을 살고 있었단다. 21살의 어린나이에 A남자를 만나서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집을 나와 동거를 시작하였단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하여 A남편이 집을 나가 버리고 나서부터 연락이 두절되고 양육비조차 받을 수도 없었다고 하였다. 긴 시간동안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미혼모 시설에 입소해서 살다가 생활비를 벌려고 일을 하기 위해서 아이를 데리고 친정아버지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고 하였다. 

‘수정’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워킹 맘으로 살아가면서 외로움과 슬픔에 싸여있을 때, 우연히 만난 두 번째 남자B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되어 결혼하게 되었지만 그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었단다.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라고 채근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결국은 B남자와 헤어지게 되었는데 얼마 후에 남자C를 만나게 되었고 남자C를 만날 때마다 결혼하자고 하는데 그전의 두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가 생각나서 난감한 처지라며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하였다. ‘수정’의 목소리에서 비음(울음이 섞인)이 묻어남을 보면서 집단원들은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눈높이에서 ‘수정’을 위해서 제각각 한마디씩 하였지만, 결혼생활에 또 다시 실패 할 것만 같아 두렵다고 대꾸하는 그녀를 보면서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이 스쳤다. 

집단상담을 통해 개인상담으로의 연결이 이루어질 수 있기에 자기이해, 자기 수용 및 인격적 성장을 위할 목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당당하게 일어서되 자기관리능력 향상으로 업그레이드 할 것을 전제로 필자는 ‘수정’의 두 손을 맞잡고 눈을 감게 한 뒤에 의식적으로 따라하게 하였다. 

“지금까지의 힘든 생활은 미래의 아름다운 나를 재창조하기위한 과정이었다. 지금부터 재탄생하는 발걸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롭다는 이유로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사랑에 쉽게 빠지지 않겠다! 감정을 숨기지 말되 냉정하고 정직하게 표현할 것이다! 폭력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마음의 상처치유를 위한 해결 방안을 습득하였다면 눈을 뜨도록 하였을 때 영롱한 눈망울과 함께 그녀의 입가에 자신감이 엿보이는 엷은 미소가 번지면서 잡고 있던 두 손에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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