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람으로 거듭나기
준비된 사람으로 거듭나기
  • 남해신문
  • 승인 2020.04.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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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자 심리학박사
류정자 심리학박사

요즘 세상에는 다수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성폭력문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의 행동이기에 피해당사자나 부모입장에서도 민감하고 복잡다단한 반응으로 가해자처벌에 대한 복잡한 상황에 대하여 심도 있는 상담을 진행하게 되는 편이다.

얼마 전에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학생상담을 의뢰하였다. 정해진 시간에 내담자를 만나서 상담을 하기위해서 학교로 찾아갔었다 1학년생인 A내담자는 체구가 좋고 훤칠한 편으로 말을 붙임성 있게 곧잘 하였다. 학교 측에서 상담을 의뢰하게 된 이유는 A내담자가 성폭력가해자로서 심리치료와 상담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A내담자는 정서적 특성을 살펴보니 심리적,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었다. 보다 심층적인 상담을 하기 위하여 내담자의 집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A내담자는 엄마의 재혼으로 인하여 어릴 때부터 외가에서 살고 있는 형편이었으며, 국가에서 지급하는 여러 명목의 복지연금 등으로 외할머니가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사정이었다.

필자가 A내담자를 위한 상담을 하기위하여 가장인 외할머니를 만나서 조심스레 대화를 시도 해보았지만 불 꺼진 깜깜한 방안에서 상담자를 세워둔 채 “다 쓸데없는 짓 이라 안하요”라고 말하면서 세상을 부정하는 험한 욕설을 입에 담고 있어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외할머니의 증상은 생활의 욕구를 못 느끼는 ‘무욕증’, 의지가 무기력해지는 ‘정서적 둔감’및 스트레스 과다로 인하여 돌출구로서 손자들이 희생양이 된듯하다. 외손자가 고등학생인데도 학교에서 집으로 곧장 돌아오게 하여 그때부터는 할머니가 시키는 잔심부름을 하거나 집에서만 맴돌도록 간섭하였단다. 바깥세상과는 거의 차단시키다시피 손자들을 양육하면서 살고 있는 할머니의 일방통행식의 소통방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반응이 역력하였고, 무기력한 상태에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A내담자에게 세상을 이해 할 수 있는 눈을 키워주기 위하여 문화생활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보고 바깥세상도 경험할 수 있도록 버스를 이용하여 시내로 나오도록 말했을 때, 외할머니께서 용돈을 주지 않아서 차비가 없어서 나갈 수 없다고 하였다. 

필자가 보다 못해 처음에 몇 번은 차에 태워서 데리고 나왔다. 다음에는 차비와 식사를 할 수 있게 용돈을 미리 챙겨주면서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지만, 할머니께서는 5분,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해서 화난 음성으로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고함을 치곤하였다.

집에서라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빌려간 책이라도 만지작거리면 외할머니는 무슨 책이든지 그딴 책은 볼 필요도 없다고 화를 내면서 야단치고 빼앗는 행동을 하신단다.

성폭력문제를 지닌 A내담자가 돌봐주는 부모도 없이 상황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거나 불안이나 공포에 떨고 있어 정서가 매몰된 상태에서 엄벌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남들 앞에서는 표현하거나 수용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집안 누구에게 표현 할 수 없을 때에 바깥에서 엉뚱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 케이스라 본다.

A내담자에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이는 것을 표현해보자”라고 말하자 “혼란스럽고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화가 끓어오르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 제가 말이 거칠면 행동이 거칠다고 하고 이런 얘기를 외할머니도 멀리 있는 엄마도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라며 침울해하였다. 필자가 A내담자의 손을 잡으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도움을 요청하자.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해보자. 고등학생이니 누구 때문에 안된다... 못했다고 탓하기 보다는 의식을 주동적으로 찾아서 기쁨의 자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었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얻는 것도 없음이며,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감각뿐만 아니라 원함, 가치를 기초로 자신에 대해서 자기의 꿈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하여 구체적으로 작성 할 수 있게끔 써보도록 하였다. 바로 이것이 자기를 찾아가는 방법이며, 후회하지 않고 준비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임을 귀띰해 주자 A내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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