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자 심리학박사
류정자 심리학박사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사연들이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혼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70대로 보이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N부인이 상담실로 찾아왔다.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질문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신의 딸이 시집을 가서 서울에서 잘살고 있었지만 최근에 문제가 생겨서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로는 사위가 공직에 있다가 나와서 사업을 하게 되면서 집에는 매일 늦게 들어오거나 가정에 소홀해지면서부터 다툼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자신의 딸Mg는 전업주부로 집에서만 지내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백화점 등에 가서 쇼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명품을 좋아하다보니 안타깝게도 딸Mg는 핸드백, 신발, 옷, 엑세서리 등, 명품외제 메이커들을 주기적으로 사 들여서 치장하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즐겼다고 하였다. 

이런 딸Mg 의 행동을 보고 있던 사위가 말려도 계속되는 아내의 소비성을 더 이상 못 봐주겠다며 참다못해서 부아를 터트렸고 짜증과 함께 손찌검을 한다는 말을 들은 N부인은 금지옥엽 키운 내 딸을 때리는 못난 놈이라고 사위를 비난하면서 딸Mg에게 더는 맞지만 말고 경찰을 부르거나 119에 신고하라고 말해주어서 출동한 적도 몇 번 있었다고 했다.

사위의 잘못을 고자질할 때마다 N부인은 사위버릇을 고쳐 놓겠다고 벼루면서 두 동생과 아들을 대동하여 B시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가며 치우친 감정으로 시위하듯 자주 들락거리며 사위의 기세를 눌러놓았다고 하였다. 사위는 장모가 딸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기보다 사위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시시콜콜 참견을 해대는 장모의 행동 때문에 장서(丈壻)간에 갈등도 더욱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사위는 장모의 지나친 간섭과 아내의 투정과 소비성에 지쳤다며 단호하게 아내의 낭비벽을 더 이상은 감당할 재주가 없음은 물론이고 장모의 개념 없는 행동이며, 말투, 따뜻한 느낌이 없는 집구석에서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하여 이혼을 요구해왔다고 하였다. 이혼할 때 최대한의 합의금을 뜯어내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난지금, 이혼하면서 받아낸 합의금도 거의 다 써버린 상태라고 하였다.

필자는 N부인에게 어쩌자고 그렇게 무책임하냐고, 사위는 살얼음판 같은 세상에서 사업을 하자면 때로는 낭떠러지에서 홀로 천길만길 추락하는 것과 같은 온갖 고통과 어려움이 따랐을 것인데 한가롭게 사치하고 철없이 투정하고 고자질하는 딸의 편을 들어서 이혼이나 시키는 그런 몰지각한 행동이 어른으로서, 합당했는지를 물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조언을 해야 하는 위치였지만 자기 딸Mg의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도 하지 않고 사위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태도는 철없는 아이나 할 짓이지 어른이 해야 할 짓은 아니라고 쓴 소리를 했다.

N부인은 딸Mg가 이혼 후에 손녀와 함께 B시에 있는 자신의 아들집으로 데리고 와서 아들, 며느리와 친손자와 모두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신도 남편이 대기업 이사로 지내다가 퇴직하면서 받은 돈과 집을 모두 날린 상태여서 아들의 아파트에 남편과 함께 들어가서 살고 있는 형편이라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후회하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만지작거렸다.

인간에게 삶의 무의미와 권태로움은 어떻게 극복되어져야할까? 낭만적인 결혼을 꿈꾸다 추락한 여인네들이 역사 속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영원히 현재형으로 진행될 것이다. 
19세기 억압된 사회구조 속에서 피가 뜨거운 여인 보바리 부인은 사치와 사랑이라는 원초적 자극을 추구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숨은 그림자가 될 수도 있기에 방법이 잘 못되었지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인간에게 삶의 무의미와 권태로움은 어떻게 극복되어져야할까? 우선, 값비싼 물건을 개념 없이 사들이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홧김에 사버리는 계획 없는 소비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 꼭 필요한 지출인지를 체크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어딘가 건설적인 쪽으로 기운을 빼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면 지출이 발생되지 않는 활동으로 음악 감상, 영화보기, 운동, 책읽기, 봉사활동 등으로 대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혜로움으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창조적인 일을 찾는 것이 권태로움의 치료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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