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자 심리학박사

새해를 맞이하면서 달력을 걸어두고 계획을 세운다. 1월에는 목표를 향하여 가슴 벅찬 계획들과 희망찬 내일을 약속하다가 몇 달이 지나면서 슬그머니 그만둬 버리거나 포기하고 시간을 흘러 보낸 안타까움이 있다. 참된 생활로 가는 길은 아주 좁아서 다만 깨달음을 가진 몇몇 사람만이 그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새해를 맞이할 때면 한번쯤은 그 길을 가고자 하는 같은 마음을 먹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극한 상황과 같은 어려움에 계속해서 부딪히는 순간 고난이나 역경에 견디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쉬이 지치고  무너져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통제할 수 없는 힘든 경험을 했는데도 포기를 모르는 경우들을 보면서, 끊임없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재기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단지 ‘인간 의지의 승리’나 ‘삶의 용기’때문이라는 감상주의적인 표현을 붙이기보다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무기력이 학습될 수 있는 것처럼 필자는 교육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낙관주의도 학습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셀리그만과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 칙센미하이의 긍정심리학을 선호하는 편이다. 

몇 년 전 신년 새해를 몇 일 앞두고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해온 내담자 H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무능감으로 과도하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미움을 받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한다고 소리를 들었다며 상담을 의뢰하였다. H를 만나서 내면작업으로 들어가 보니 위험과 질병에 대한 취약성과 재난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을 계속 염려하는 것으로 도움을 얻고자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하였다. 또한, H는 어렸을 때부터 무슨 일이든지 해보려고 하면 부모님께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말리기만 하는 환경에 자주 노출되어 성장하였고, 그로 인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일을 시도하기를 꺼려함이 나타났다. H는 이런 생각들이 잠재의식 속에 깊이 박혀 아무런 저항없이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야, 나는 도저히 해낼 수가 없어! 내가 해봐야 얼마나 잘 할 수 있겠어? H가 뭔가 새로운 일을 시도를 하려고 할 때 마다 그의 뇌리 앞을 가로막았던 말들이 반복적으로 스쳐지나갔고, 행동을 하려고 하면 몸이 움츠려들기만 한다고 호소하였다. H가 집에서나 학교에서 긍정적인 말보다 ‘그건 힘들어. 해 봐야 별 소용이 없어… 너 인생에 도움이 안돼! 너가 해봐야 얼마나 잘 하겠어’ 등의 부정적인 말을 받아들였던 것이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미해결된 상태로 남아있어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대접받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었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편이 지금 당장 생활하기에는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고 말하였다.
H는 부정적 메시지를 계속 듣다보니 ‘설마 도전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겠어?’ H는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생각이 무의식에 뿌리박혀 자연스럽게 무기력한 사람이 되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필자는 H의 변화를 위해 상담목표로서 공감적 직면인 현실증명과 제한된 재 양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상담과정 중에서 눈을 감고 단계적으로 이완시키면서 안전한 장소와 안전한 심상단계에서 점차 다음단계로 나아가면서 마음속에 어떤 심상이 떠오르는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처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불편한 관계를 먼저 작업하고 이것을 어린 시절의 심상을 연결해 들어갔다. 예상대로 ‘넌 잘할 수 있어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분명 좋은 결과를 이뤄 내게 될 거야’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면화작업을 거친 H는 몇 회기를 지나지 않아 입가에 밝은 웃음이 묻어나고 있음을 볼 수가 있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내고 가치 있게 살아가고자하는 바램을 만족스럽게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해 계획은 일주일 전부터 시작해보자. H에게는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눈앞에 보이는 길로 가되 배우겠다는 자세로 자신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선이 좋을 것 이라고 일러주었다. 감사와 용서, 웃음, 행복, 웰빙, 나눔 등으로 의미 있는 새해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간에게는 부정성과 함께 긍정성이라는 양면이 존재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부정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긍정성에 초점을 맞추어보자고 하였다.  
새해에 먹은 마음은 차츰 옅어져 가다가 결국은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남아버리고 자신을 원망하기에도 부끄러움으로 남는 거기에는 저마다의 삶에 대한 갈등이 무게감 있게 깔려있음이다. 

이때,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의식의 돌기를 갖지 않는다면 진정한 자기의 길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새해 아침에 바르게 먹은 마음이 가다가 부서지는 일들이 닥치게 되면 사정없이 털어버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크게 외치면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보도록 독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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