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주체는 자신이다
변화의 주체는 자신이다
  • 남해신문
  • 승인 2019.12.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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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자 심리학박사
류정자 심리학박사

가정폭력으로 신고 되어 재판을 받던 B씨는 술을 마시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욱하는 성격으로 인하여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갈등을 촉발하여 대인관계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낙인찍힌 사람이라고 스스로 소개하였다. 

B씨는 최근에 아내를 폭행하여 가정폭력범으로 재판 중이었으며, 가정법원의 보호처분결정으로 상담위탁 의뢰되어 가정법원 상담위원인 필자에게 상담을 받게 되었다. B씨는 법원에서는 벌금을 물리면 될 것을 왜 귀찮게 상담을 받으라는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였다. 본격적인 상담에 앞서 무엇을 도움 받고 싶은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방법을 안내해 드릴 수 있다고 알려드렸다. 변화하는 주체는 자신이므로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내담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하자, B씨는 어렸을 때 성장과정에서 경험하였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토로하였다. 

원가족(출가하거나 입양되기 이전의 가족) 탐색을 통해 성장과정에서 주 양육자와의 애착관계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는 두 분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계셔서 사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B씨 곁에 없었고 외로운 유소년기를 보내면서 인정도, 칭찬도, 사랑도 받지 못하여 내팽개쳐진 감정이 뿌리박혀 있었다. 성인이 된 이후 갈등상황에 부딪히면 이런 버려진 감정이 분노 표출로 이어졌었던 것이다.

또한 B씨는 부부관계에서도 자신이 아내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분노의 감정이 폭발한다고 말하였다. 이번 사건의 발단도 그러한 원인으로 보여져 내담자 자신의 감정 들여다보기와 자신감, 자기가치 회복으로 자존감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B씨가 안고 있는 감정은 ‘억압’이었다. 부모님과의 애착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되면서 자존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모에 대한 애정결핍이 어른이 된 지금의 삶에도 방어기재의 영향인 자기억압으로 이상화가 경멸로 바뀌는 것으로, 개인의 삶에 내재된 무수한 불안을 억제하는 자동적인 기제가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B씨의 내면에 쌓여있는 부모로부터 받았던 서로 다른 수많은 불분명한 신호가 B씨에게는 트라우마로 작동하였으므로 갈등관계에 놓인 원가족과의 관계 및 부부의 현재의 삶과 연결된 부분을 파악하고 갈등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하였다. 

상담3회기에서 “정말 이혼을 하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 때문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가 일곱 살인데 그 아이가 아빠가 그렇게 해도 다 좋고 용서할 테니 자기들 옆에만 있어달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자식들에게는 제 삶을 물려주기 싫기 때문에 제가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지 질문하자 “제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금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받고나서 달라진 부분에 대해 묻자 “부부가 안 싸울 수는 없기에 싸움이 일어나면 제가 그 자리를 피해서 나가버립니다. 아이들도 우리 부부가 다투는 모습이 보이면 싸우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고, 제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아이들이 이제는 무서워하기보다 제 방에 와서 놀기도 하고 저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걸 보면 제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내와 제가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필자는 B씨가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변화의 의지를 지지하였고,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실수를 할 수 있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격려하였다. 자신의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을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이제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며, 어릴 때는 아버지가 무섭고 두려웠고, 무뚝뚝해서 싫었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이해된다”고 하였고, “나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이었고, 사랑이었다. 아버지의 자기희생 이었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내담자의 아팠던 과거의 경험과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내를 미워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타인을 원망하기보다 내가 먼저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좋은 쪽으로 습관을 들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고, 그러한 내담자의 의지는 문제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자원이 되었을 것이다. 상담을 종료하는 단계에서 B씨는 “상담목표의 성취도를 척도로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이상으로 평가하고 싶고, 벌금을 물고 말았으면 나에게 이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며, 상담을 받았기에 나의 가정을 지킬 수가 있게 되었고, 삶 전체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고맙다는 말과 환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선함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된 그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변화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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