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정크아트를 하는 최성대 작가는 30년 전 부산으로 올라가 23년 동안 광고업을 했다. 15년 동안은 광고물을 만들고 남은 폐자재들을 아무 생각 없이 버리거나 고물상에 주기도 했지만 8년 전부터는 갑자기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꼬물꼬물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펜치 하나로 구리선이나 알루미늄선으로 작은 모형들을 만든 것이 시발점이 되어 시간 날 때마다 로봇 만들기에 매달렸다. 아무런 지식 없이 자신의 생각으로 처음 로봇을 만들었을 때 재미와 멋을 동시에 느꼈기에 새로운 작품에도 도전을 하게 되었다. 자신을 이끌어주는 스승도 없이 어떤 작품도 모방하지 않고 순전히 자기 생각대로 창의적인 작품을 생산한 그는 “작가는 누가 어느 날 너 작가해라고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창작품을 만들어낼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생산해 내었는데 현재 40여점의 크고 작은 작품이 이곳 남해와 부산에 보관돼 있다.


최 작가는 생기를 잃어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8개월 전에 남해로 내려와 생활하고 있다. 부산에 사업장을 그대로 둔 채 몸과 마음은 완전 갈현마을로 귀착시켰다. 그는 윤남성 농촌특화개발사업 추진위원장과 최태열 마을이장 마을주민들의 힘을 잘 응집하여 지난 4월 농촌특화개발사업에 공모하여 7월에 확정발표가 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마침 나이가 들면서 귀소본능이 일어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던 시기에 공모의 기회가 주어졌고 다행히 창작열을 쏟을 일거리가 주어져 귀향을 결심하는 게 쉬웠다.


갈현마을 버스승강장에서 마을로 내려오면 첫 번째 집이 그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그가 처음에는 자기 집 옥상 위에 낚시하는 로봇을 2년 전에 세웠었고 철판에 자신이 쓴 시나 하고 싶은 말을 새겨 몇 개를 전시해 놓았다. 그곳에는 낚시하는 로봇뿐만 아니라 로봇이 들고 있는 그네‧천사날개벤치‧키다리아저씨, 얼마 전에는 ‘잃어버린 심장’이라는 4m짜리 로봇까지 세웠다. 그것은 기존에 있던 로봇 소재와 달리 알루미늄‧함석‧스텐판을 조각조각 나사못으로 이어 붙여 3개월 만에 완성한 대작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로봇 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음양이 생겨 보는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 천여 개의 조각판에 나사못 이천 여 개로 만든 로봇몸속에는 LED조명시설까지 돼 있어 밤에도 그 로봇을 반갑게 만날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의 편중된 고정관념을 깨고 관광지 개발에 대한 획기적인 생각을 고구마 캐듯 잘 캐냈다.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만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웅덩이처럼 움푹 파인 지형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특성 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마을 앞 들판 24,000평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멋지게 구상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마을 앞으로 펼쳐진 농로 옆 넓은 땅에 로봇과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진열할 생각으로 작품이 설 곳을 미리 정해놓았다. 그리고 이미 지난 3월에 사비로 구입한 보리수나무 200그루와 뽈똥나무 100그루를 곳곳에 식재해 놓았다. 앞으로는 좋은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 몇 그루와 벤치 그리고 괜찮은 나무 몇 십 그루를 더 심을 생각이었다. 


꼼꼼하게 계획을 하고 있는 그는 나무도 그냥 생각 없이 심은 게 아니었다. 4월에서 6월까지 열매가 익어가는 보리수나무와 6월에서 10월까지 열매가 붉게 익어가는 뽈똥나무를 지그재그로 심어 열매를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마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돕기 위해 나무도 함께 심었고 풀도 베어줬다. 그는 그때 같이 움직여주었던 마을 사람들로부터 많은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손만 가면 폐자재들은 벌떡 일어나 제자리로 배치된다. 최 작가가 하고 있는 리사이클 정크아트는 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를 활용하여 예술작품으로 재생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림처럼 완성품이 없다. 나무 뼈대를 앵글로 세우고 마음대로 가지로 변화를 주고 장식하는 것도 수시로 다르게 할 수 있으므로 항상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작품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싫증난 모자‧신발, 자신의 소지품을 두고 갈 수도 있다. 바구니를 걸어놓고 그곳에 사람들이 물건을 담을 수도 있게 하고 펜으로 글씨를 남기게도 할 수 있어 작가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으로 묘미가 있다.

 


최 작가는 한 번에 한 작품에 메이지 않고 3~4개 작품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형상화시킨다.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그냥 편하게 마음 가는 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기에 이 작업공간에서 힐링이 되고 있다. 머리가 시키는 대로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창작을 하면서 작품을 탄생시키기에 그는 세상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명언을 언제나 분신처럼 품고 산다. 작품을 위해 고철상회에서 일부러 재료를 사오기도 하고 길에서 깡통도 주워오고 구르는 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최 작가가 최근에 만든 작품은  바오밥나무였는데 거기에도 조명을 넣어 색깔이 은은하게 보기 좋았다. 그의 작품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항상 작품에 조명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모퉁이에 세워진 나무 작품에도 길쭉한 LED조명이 달려 있어 밤길을 걷는 마을 주민들에게 가로등이 돼주고 있었다. 항상 물음표로 자신을 깨우고 사는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그를 위해 못 쓰는 후라이팬이나 각종 생활용품 등을 갖다 주는데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모두 재사용이 되고 있었다. 50을 바라보는 그의 창작열은 정점에 도달한 것처럼 정말 대단했다. “저 들판에 아치형 터널을 만들고 폐창고를 개조하여 전시관 체험관도 만들 것이고 돌담도 그대로 살려 옛 정취를 느끼게 할 것이다. 작업 공간 내부를 칡넝쿨로 감쌀 것이고 집집마다 어울리는 캐릭터를 적용시켜 그 집만의 특징을 담은 상징물을 세울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작품으로 마을을 바꾸는 일은 처음이 될 것이므로 마을의 랜드마크가 될 어마어마한 구조물을 만들 생각으로 에너지가 충만해 있었다. ‘할 일이 없어, 폐자재가 아까워’ 작품의 길로 들어선 그는 마을을 위해 곧 홈런을 칠 것 같은 짙은 예감이 든다.
박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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