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유치 문제로 시끄럽다. 당장에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냐? 환경보전을 통하여 장기적 미래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냐? 어디에다 비중을 더 두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군민들의 여론도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필자는 지난 시론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잡는 묘수를 두어야만 가능한 일이란 걸 천명한 바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 말해놓고도 어불성설이란 자괴감을 가졌다. 비교적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기위하여 하동군 고위공무원의 자문을 얻었고, 직접 여천공단과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찾기도 했다.

남해군 인근의 화력발전소 현황과 대한민국의 전력수급사정을 고려한 황금 알을 낳는 고수익사업을 유치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 관련기업들의 동태를 파악하고자 무수히 많은 자료를 검토했었다. 그래도 유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대부분의 군민에게는 아직까지 구체화되어 나타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예측만으로 득실을 추정해서 결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행정기관이 존재하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전문성을 가진 사회단체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정보의 제공으로 남해군의 장기적 발전전략에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소위 깨어있는 자들의 몫이고 의무다.

그러나 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찬 반 양측 모두다 제 못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때 심히 유감이다. 왜 해야 하고 안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군수가 유치를 강력히 제시하니까 공무원은 그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그의 편에 서 있는 부류들은 군수의 생각을 쫒아가고 그에 반대하는 측은 결사반대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을 볼 때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군수라는 자리는 법인 회사의 경우 대표이사와 비슷하다. 대한민국 상법상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주주총회다. 그 아래 이사회가 있고, 대표이사는 이사 중에서 특정한 사람을 대표로 선임해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제반사항에 대한 관리를 맡게 한 자이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주주총회가 의결에 의해 구성한 이사회의 하부기관으로 보는 것이 맞다.

또한 대한민국 상법에는 보통이건 특별이건 회사의 중요한 사항은 직접 주주총회의 의결로 결정하도록 정해져 있다. 대표이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의 선임도 주주총회에서 한다. 그래서 대표이사의 행위는 회사의 존립과 관계된 중요한 결정사항을 제외한 통상적인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표이사는 모든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지(無知)의 결과다. 어떤 면에서는 대표이사 자신도 이러한 법적 행위의 제한을 무시한 체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게 바로 법에 정한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권력을 이용해 자의적으로 지배를 강행하는 독재다.
 
대표이사는 선량한 방법에 의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며, 경영능력의 부실이나 무능이 발생하면 이사회는 가차 없이 이사회를 열어 해임시키고 새로운 능력자를 선출하여 회사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것이 생존경쟁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기본 원칙이다.

주민투표는 회사의 주주총회와 같다고 보면 된다. 남해군정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의 결정권한은 오로지 군민의 몫이다. 행정은 그야말로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를 만들고 유치와 관련한 득. 실에 대하여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올바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만 다하면 된다.

그런데 왜 그러는가? 군청의 모계장이 일선 읍. 면장에게 메일을 보내어 압도적 유치 찬성을 위한 사전 준비를 독려했다는 기사가 일간 신문에 보도되었다. 군관계자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만약에 사실이라면 모계장이 사견으로 개인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전한 것이라 했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이런 엄청난 일을 자의적으로 벌였다는 이야긴데 과연 믿을 이가 누가 있을까? 이 상황에서 함부로 이런 일을 획책할 정도의 배짱을 가졌다면 당장에 목을 쳐야 할 일이다. 다음엔 또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그게 만약 군수라도 마찬가지다.

군수가 뭔가? 군민을 대신해서 살림을 살아보라고 위탁한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잘해내지 못하면 선택한 우리의 잘못이다. 그 책임은 군민에게 있다. 그래서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의 삶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에 있어서 주인 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우린 후대의 남해군민에 대해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국인의 정서상 감히 종놈이 주인에게 꼼수를 부린다면 그 종놈을 그냥 두는 이가 있겠는가? 쫒아 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화력발전소 유치에 대한 문제는 군수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민의 삶에 대한 질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루지 않으면 천추의 한을 남길 일이다.

8조 6천 억짜리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이 망설이니까 3천억을 끼워서 팔겠다고 한다. 그것도 꼼수다. 말이 첨단산업단지지 어떤 사업자가 어떤 형태의 채산성을 가지고 개발되어 분양하는 산업단지에 입주할 런지는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단지 3천억 정도의 비용을 더 쓰더라도 대규모 화력발전 프로젝트만 성사시키면 수지타산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한국동서발전과 포스코의 경영전략 만이 명백히 존재할 뿐이다.

재발 그러지 말라. 원칙은 지켜라. 기왕에 벌어진 일, 결정은 온전히 군민의 몫으로 남겨라.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 하더라도 꼼수를 사용하여 수단을 정당화 시켜서는 안 된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유치냐 반대냐 하는 것보다도 남해군수와 공무원들이 일을 추진해나가는 방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수많은 지역에서 똑 같은 문제들로 갈등이 속출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전례가 매스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슬기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무능에 대해 개탄한다. 당장에 유치반대의 의견을 가진 군민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21일 에는 유치찬성 측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디까지 남해가 망가져야 정신을 차릴 런지 걱정스럽다.

문제에 대한 꼼수 없는 공명정대한 추진방법과 투명한 득과 실의 수지계산서를 통하여 물리적 충돌이 없는 군민의 합의를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그 무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군수와 행정,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소위 깨어 있다는 상대적 지식층인 우리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꼼수를 부리는 종은 주인이 가만 두질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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