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이야기
택시기사 이야기
  • 남해신문 기자
  • 승인 2012.07.30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새벽에 택시를 탔다. 장거리 손님이라 상당히 반가웠을 거다. 심신이 피곤할 시간이지만 가는 내내 열변을 토했다. 남해가 이러면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간 큰일이다. 엑스포하고 나서 남해에 관광객이 더 줄었다. 군수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길래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는지? 화력발전소는 절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등 기사의 설명은 한 시간 내내 계속되었다. 그게 옳은 판단이건 아니건 남해를 사랑하는 그의 애정이 봇물처럼 쏟아짐을 느꼈다.

최근 군수의 임기 2주년에 즈음한 언론인터뷰와 화력발전소유치 제안, 산지약용식물보조금사건 대법원판결과 관련한 사과성명, 공무원인사 들을 보면서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변화를 위한 진정성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이 상태에서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던져야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망설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터에 새벽에 만난 택시기사의 주장은 필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용기를 주었다.

정 군수는 그간의 재임에 대해 스스로 천려일실이라 평했다. 천려일실이란 지혜로운 자를 전제하고 하는 말이다.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 하더라도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한 가지 실책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군수의 재임기간 중 군정의 자평을 일실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건 사고 들이 남해군정을 얼룩지게 했다. 특히 오만과 독선에 대해 지탄을 받고 있는 정군수의 현재 입장에서 인용하여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이 말로 인하여 또다시 스스로 삼가고 겸손해야 한다는 목민관의 덕목을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과오에 대하여 전혀 반성을 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의 인격자라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산지약용식물보조금 사건과 관련한 사과성명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주민소환을 이야기할 정도로 민감했던 사안을 화력발전소 유치문제라는 중대사실 발표와 동일자로 시행함으로써 초점을 흐리게 했다. 화방사 종호 스님의 고매한 인품과 덕망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과의 본질적 이유는 군민의 생각이다. 그동안 군민들이 보여줬던 민심의 이완이 두려움으로 작용했음이 선명해야 함에도 성명의 내용에 있어서는 어느 특정인의 생각에 강한 영향을 받아서 그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이 누구라는 주체가 약해졌고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화력발전소의 유치와 관련해서는 마치 포스코건설이 새롭게 등장하여 파격적인 조건이 형성된 것처럼 발표를 하였으나 이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관광남해의 이미지와 군민의 생존권에 대한 환경적 문제가 완벽하게 보완될 수만 있다면 유치문제에 극구 반대하는 쪽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서 의도적인 미화가 군민들을 현혹되게 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건설은 이미 작년 11월부터 전라남도 고흥에 남해군과 동일한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왔다. 지난 6월 고흥군의회에서 표결이 부결됨으로 인하여 7조에 가까운 발전소 건설공사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기로에 서있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간의 생존전략을 위한 밀약에 군민들의 생존권이 담보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마치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남해의 미래가 없다는 식의 접근은 화력발전소 유치의 본질에 대한 검증 자체가 소홀해 질 수도 있음은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지난 7월 20일 공무원인사가 있었다. 원칙적으로 행정직이나 시설직이나 순환보직이 가능한 현 상태에서 지나치게 행정직위주의 편중 인사는 군청조직 내의 갈등을 초래한다. 직무능력위주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에서의 연공서열은 조직의 유지관리를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적 요소다. 지나친 주문일 런지 모르지만 차라리 이번 대 군민사과의 일환으로 획기적인 인사관리제도의 제안 같은 것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군수가 가진 권한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이 인사권이다. 그간의 잘못된 행정관리에 대한 사죄와 앞으로의 굳은 결의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자기가 가진 권력 중 가장 큰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과감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변화된 군수의 마음이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관행적인 공무원사회의 인사제도를 과감히 탈피하여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방법을 통하여 인사를 할 것임을 천명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수장이 권리를 포기할 정도의 강력한 청렴사회를 부르짖는 모습을 보면서 군민들은 새로운 희망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고 그간의 잘못에 대해 혁신적으로 행정이 쇄신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며, 군수도 편향적 인사의 부당성과 음성적 거래에 의한 인사라는 불신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다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수히 쏟아내는 반대의 목소리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남해에 택시가 180대가 넘습니다. 부재를 고려하더라도 하루에 150대가 움직입니다. 한 대당 매일 4-50명의 손님을 만납니다. 족히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을 접하는 우리만큼 큰 홍보수단이 어디 있습니까? 엑스포 하기 전에 미리 우리 같은 조직을 활용해서 홍보해야 되는 것은 기본 아닙니까? 그런데도 엑스포 시작되고 나서 전략적 실패가 감지되니 뒷북치는 행정이 뭐가 필요합니까? 정신 차려야 합니다. 엑스포로 인한 특별수요를 기대했던 우리가 바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택시기사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