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하는 삶
같이하는 삶
  • 남해신문
  • 승인 2012.01.2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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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입니다. 먼 길을 달려 고향을 찾으신 향우여러분 감사합니다. 고향집은 여전히 잔주름이 가득한 어머님이 불을 지펴 아랫목이 펄펄 끓습니다. 겨울 내내 말렸던 물메기는 잘 익은 된장에 쪄서 먹음직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향 그윽한 유자차는 남해사람을 닮았습니다.

모처럼 만난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에서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인정을 발견합니다. 같이 기울이는 소주잔에서 지난 시름보다는 내일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덩실덩실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습니다. 이래서 우리가 힘든 삶을 짊어지고서도 살아가는 가 봅니다.

아랫마을 누구네 아들이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동네 형이 사무관으로 승진했다는 이야기도 즐겁습니다. 작년에 시집간 건너 마을 누구는 아들을 낳았답니다. 한편으론 잘 아는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도 있습니다.

다들 우리네 인생살이들입니다. 객지를 나가 성공을 했건 실패를 했건 고향에서 맞이하는 설 명절은 높고 낮음이 없습니다. 모두가 나의 기쁨이고 슬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해라는 이 땅에서 하나가 됩니다.

어떤 이의 딸이 있었습니다. 한참 민감한 고3학생이었습니다. 백혈병으로 투병을 했습니다. 독한 항암제는 딸의 머리칼을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거울을 보며 민머리가 된 자신의 몰골에서 삶의 의지를 잃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마저도
놀렸습니다. 마음 둘 데 없는 딸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 세상을 버렸습니다.

또 어떤 이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도 백혈병이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빠진 머리를 하고 모처럼 학교로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짝지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지었습니다. 다음날 등교 때 짝지의 머리는 빡빡 밀려져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그 반 친구들 모두가 민머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은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대학을 다니며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이 하는 삶은 희망입니다. 나눔의 지혜는 아름답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잊지 않고 그리워했고 그리움이 사랑으로 느껴졌을 때 그 때 우리는 다시 힘을 가집니다. 세상은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열정이 솟구칩니다. 그 열정의 중심이 고향입니다.

평생을 두고도 변함이 없는 곳, 그곳이 바로 고향입니다. 지독하게 누군가를 증오하다가도 왠지 고향에 서면 증오도 사랑처럼 느껴지는 이 멋진 착각이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는 그런 설 명절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금년 한 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복된 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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