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엔 누구나 좋지 않은 기운을 멀리하고 길한 기운으로 흥하길 기원하며 결연한 의지를 다진다.

개인적으론 금연하자, 절주하자, 행동거지를 조심하여 남에게 상처를 주지말자, 낭비하여 허둥대기보다는 아껴 여유 있는 삶을 만들어 어제보단 나은 오늘을 계획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알찬 내일을 준비하고자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짧게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는가 하면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극기(克己)한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이 인내할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보통의 생활행태인 것 같다.

개인의 경우가 이러한데 다수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 단위의 공동체를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지난날의 반성과 희망찬 미래를 위한 긍정적 힘을 결집시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문제는 열정(熱情)이다. 열정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관심 있는 무언가에 환호하고 근엄하고 명예로운 존경의 대상을 구심점으로 하여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열정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 만인이 한사람을 위하고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고 그런 믿음의 중심에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명예를 지키고 정의로운 표상으로 자리하고 있을 때 한 사람도 만인을 위하여 헌신할 수 있다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다.

말로는 쉽지만 실질적으론 매우 어려운 기술적 문제가 존재한다. 한반도와 비슷한 면적과 인구를 가진 영국의 경우를 참고해서 오랜 기간 그들을 지탱해온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대한민국의 박지성과 이청용이 진출하여 관심을 한층 더 높인 영국은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하여 4개의 프로축구 리그가 있다. 94개 팀이 각 지역을 대표하여 겨울부터 봄까지 리그를 펼친다. 팀들은 각 지역의 특색을 대변하고 해당지역의 주민들은 광팬이 되어 열광한다.

하루의 일상에 지친 사회의 구성원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으려한다. 퇴근 후 우리가 삼삼오오 대폿집을 찾아 조직 속에서 생긴 불협화음을 해소하려 하듯이 영국인들은 축구장을 찾아 신명나게 응원전을 펼치면서 갈증을 푼다.

내가 속한 지역의 대표선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경기를 통한 열광
속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함으로써 창출된 열정을 사회로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곧 축구장이 열정을 생산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하여 작은 단위의 지역 속에서 만들어진 팀웍은 영국이라는 전체 국가의 결집을 위한 근간이 되고 행정에 참여하진 않지만, 극도의 명예로움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는 왕실의 권위를 통하여 국가단위의 총체적 자긍심으로 부상된다. 바로 이것이 영국민의 힘이다.

금년은 모든 것이 예전보다 나을 것이란 보고는 없다. 정치적으론 총선과 대선이 있어 자칫 세력다툼으로 인한 민심의 균열이 발생하기 쉽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살림살이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해사회의 금년의 화두는 열정을 통한 힘의 결집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론화 되어야 한다.

관련기관이나 단체는 니편 내편이 아닌 군민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남해를 위하여 미칠 수 있는 영국의 축구장과 같은 동기를 마련해야 한다. 고래가 춤추듯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해사람이 남해를 위하여 신명나게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참여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혜를 짜서 만들어낸 우리에게 걸 맞는 참여의 장을 통하여 남해가 하나가 되고, 뭉친 힘을 미래를 위한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끌어 갈 때 우리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다. 군민모두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명예롭고 권위 있는 지도자 상이 발휘될 때 남해는 하나의 거대한 힘의 덩어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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