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고위 공직자의 막말이 도를 넘기고 있다.
정부의 차관이란 사람이 7월 7일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확정된 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평창 유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지요. 누가 평창 유치를 못마땅해 하는지 이번 기회에 잘 봐두세요.’ 
 정부 각료의 말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이다. ‘우리 국민이 아니다’란 말은 왜정시대 적의 ‘비국민’이란 말과 같이 들린다. 일본 제국주의를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제는 ‘비국민’으로 부르지 않았던가. 평창 올림픽 유치를 우려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니? 그래서 전 국민적으로 ‘기수 열외’를 시켜 버리자는 말인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한다면 정부에서 국민 취급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이런 발상은 전제국가에서도 감히 하지 못한 생각이다. 물론 그 차관은 트위트들의 빗발치는 반론에 놀라 당장 자신의 실언에 대해 하루 종일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미 쏟아버린 물이다.

 필자는 이 차관의 표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아니다. ‘기수 열외’를 각오하고 걱정해 보자. 동계올림픽 유치의 경제적 효과가 수십조에 달한다고 한다. 정말로 국민에게 그런 이익이 돌아온다면 누가 감히 반대하고 우려할까. 당장 얼마 전에 개최되었던 G20 회의를 보자. 그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가 20조 인가 얼마인가 된다하였다. 둔감한 탓인지 몰라도 그 경제적 효과를 도저히 체감하지 못하겠다.
 먼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사실 걱정스럽다. 대회 개최에 따른 경제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경우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환경단체의 반대가 워낙 강해서 경기장 신설을 줄이고 선수촌도 임시건물을 짓는 등의 각별한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다. 온 나라를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떡칠하기를 즐겨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조처가 가능하다고 믿을 국민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올림픽이나 국제 대회 유치의 후유증을 몸살 앓는 경우가 더 많다. 일본의 ‘나가노’는 대회가 마친 후 심각한 경제위기로 빠져 들었다. 외국의 경우는 차치하고서도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시설물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결국 사이클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바꾸어서 부산시민들에게서 사행성 자금을 뜯어내고 있는 중이다. 88올림픽 메인 경기장 유지보수도 서울시에게는 애물단지가 아닌가?
 필자가 보기에 평창의 경제적 효과는 극히 불투명하지만 경제적 손실은 분명해 보인다.
경기장 건설 등에 몇 조가 들어갈지 모르는 이 엄청난 예산과, 행사가 끝난 후 경기장 당 수백억씩에 달하는 유지보수비는 아주 확실하다. 이 엄청난 예산은 누가 대는가? 국민의 혈세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올림픽 유치에 환호할지라도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토론의 장이라도 서는 것이다.   

 물론 강원도 평창에 땅에 투자를 한 재벌이나 부동산 투기꾼들은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기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야말로 살판이 났으니까. 벌써 강원도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비싼 값으로 땅을 처분하여 튀면 되는 것이다. 또 토건족 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먹튀’하면서 챙겨가는 막대한 이익은 반대로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자명한 일이 아닌가? 이러니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이라고 ‘기수열외’시킬 일이 아니란 것이다. 정부 고위 공직자의 언사로써는 도가 지나친 ‘막말’이다.  

 또 있다. 이번에는 장관 발언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의 복지확대 요구를 ‘포크배럴(돼지고기 담는 통)’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정가에서 통용되는 ‘포크배럴’이란 용어는 지역구나 후원자를 위해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려는 정치인들을 ‘주인이 먹고 남은 돼지고기를 통에 던져주면 몰려드는 노예’에 비유한 말이다.
 이 장관의 눈에는 서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주인이 먹고 나서 던져주는 돼지고기 정도로 보이는 모양이다. 어쩐지 조선 개국시대의 고승인 무학 대사의 말이 생각난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막말을 일삼는 장차관들이 국민들로부터 ‘기수열외’되는 것은 본인들의 업보이겠지만, 이런 막된 말을 듣고 보아야 하는 국민들은 피곤하다.      
 
ps) 그동안 모자란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작별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공모교장의 임기가 금년 8월 31일자로 완료됨에 따라 퇴직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부족한 식견으로 신문 지면만 낭비하고 여러분들의 눈만 어지럽히지 않았는가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졸고를 참아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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