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공모교장 제도
빛 좋은 개살구, 공모교장 제도
  • 남해신문
  • 승인 2011.03.04 16: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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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각 급 학교는 신학년도가 시작된다.
이럴 때는 희망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정상이 아닌 일들이 벌어지기에 다소 너절한 이야기를 늘어놓아야 하겠다.
지난 2월 23일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장 공모로 뽑힌 서울의 한 중학교와 강원도 한 초등학교의 교장에 대한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이 두 지역의 교육감이 이른바 진보교육감이고 거부당한 두 명의 교장 후보가 전교조 출신이란 점이 아무래도 ‘묘하다’. 교육감의 교장 임명제청을 거부한 예가 없다는 데에서도 묘하다는 것이다.

 ‘교장 공모제’는 2007년에 역사상 최초로 시행되어 그 해 9월에 1기 교장이 교육현장에 진출했다. 필자도 그 공모교장 1기 교장 중의 한 명이다. 그래서 한 마디 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교장공모제가 나타난 이유는 나름대로 필연성을 지녔다. 공교육이 정체되고 사교육이 망국적으로 창궐하는 것을 학교 현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리더십 창출 과정 즉 교장 승진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래 내용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 2005년 10월에 한나라당 국회의원 16인이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 제출한 것이다(국회 홈페이지 참조).
(제안이유)
학교자치 강화를 비롯하여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나, 현행 교장임용제도는 단위학교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교장임용이 아니라 근무평정제도에 기반을 둔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 이에 공모 교장 제를 도입하여 교장 직 문호를 개방하고, 승진임용을 위한 교장자격조건을 대폭 완화하여 기존의 승진 경쟁과열로 인한 폐해를 바로 잡고자함.
(주요 내용)
과열된 승진경쟁을 완화하고 교장자격증을 가지지 아니한 교원이라도 학교 운영에 능력이 있는 자가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당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공모 교장의 심사 및 선발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토록하며, 교장의 연임은 교장의 직무 능력에 대한 심의를 거쳐 결정 하도록 함.(안 제29조의2) 

보시다시피 이 내용의 핵심은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2007년부터 실시 된 공모교장 제도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근한 예 중에서 하나만 들자면 경기도 양평에 조현초등학교가 있다. 시골의 한 평범한 학교였는데 현재는 전학을 오려면 줄을 서야한다.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 좋은 학교를 찾아 온 가족이 이사를 오는 바람에 졸지에 학교 인근에 부동산 열기까지 일어나 유명해지기도 했다. 열정이 가득 찬 학부모들은 아이를 위해서 집을 조현초등학교 옆으로 옮기고 원거리 통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 학교 이 중현 교장은 평교사 출신 공모교장이고 전교조 경기도 지부장 출신이다.

평교사 출신 공모교장들의 평가가 좋아지자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공모교장 제도를 대폭 확대했다. 심지어는 지난 공 아무개 서울시 교육감이 뇌물 등의 죄로 감옥에 가고 나서, 교육감 직무대행을 맡은 이가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전 학교 공모교장제도 도입이란 파격적인 방안을 내 놓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제작년부터는 평교사 출신은 공모교장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공모교장 응모 자격에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제약해 버렸기 때문이다. 공모교장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된 것이다. 그러다가 진보 교육감들이 여러 지역에 진출하면서 제한적이지만 다시 평교사 출신들에게도 공모교장의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그런데 교과부가 2월 임시국회에 중점추진법안으로 제출해 계류 중인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제29조 3의 1항을 보면, ‘학교의 장은 교장자격증을 받은 사람 중에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사람을 교장으로 임용해 줄 것을 임용제청권자(교과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로 되어있다. 이제부터는 아예 법으로 평교사 출신의 공모교장을 막아 버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조현초등학교 이 교장 같은 교장은 학교현장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를 떠나 학교 경영에 자질이 있는 평교사에게도 길을 열어 놓는 것이 공모교장제도의 취지이다. 실제 대부분의 사학에서는 공립과 달리 교사나 교감을 교장으로 발탁하여 교장 연수를 수료토록 하여 교장으로 임용하고 있다. 심지어는 먼저 임용하고 후에 교장 연수를 다녀오기도 한다. 교장자격증은 일종의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하여 사학 교장들이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도 교장 4년차에 들어섰지만 자격증이 없어서 불편했던 경험은 없다. 

공모교장 제도는 버젓이 살려놓고 평교사들을 굳이 법으로 막아 버리는 것은 무슨 뜻인가?
평판이 좋은 공모교장 제도란 단물은 빨아먹데 껄끄러운 전교조 출신 교장은 막자는 것인가? 그렇다면 ‘팥소(앙꼬)없는 찐빵’이다. 아무리 맛있다고 외쳐봐라. 팥소(앙꼬)없는 찐빵  사먹을 사람 있는지?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앞서 공모교장 제도 마련을 위한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의 대표 발의의원은 이주호 당시 국회교육상임위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주호 위원이 현재 장관으로 있는 교과부가 ‘평교사의 교장 진출을 원천봉쇄’해 버리는 법안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요즈음 시중에 유행하는 ‘묘하다!’란 말을 쓰는 모양이다.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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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백 2011-03-06 19:07:20
대통령도 국민이 선출하는 시대지만 곳곳의 후진적인 요소들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