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 땅에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 남해신문
  • 승인 2010.11.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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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진노하셨다. 어른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나신 것일까?
발단은 이렇다. 김황식 총리는 지난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서민을 보살피는 총리가 돼도, 원칙 있는 총리가 돼야 한다. 약자라고 해서 무조건 봐주지는 말아야 한다. 응석받이 어린이처럼 복지도 ‘무조건’은 안 된다.”며 자신의 선별적 복지관을 밝히는 과정에서 현행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수정 방침을 시사 함으로써 한 바탕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다가 21일 국무총리실에서 대한노인회에 정식공문을 보내 지난 20일 김 총리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반대’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무임승차에 관련한 현행제도를 고치거나 재검토할 의사가 없다고’해명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일단락된 형국은 되었다.

그러나 연로하신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이 한 바탕 소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더욱이나 서울 갈 일이 없어서 지하철 무임승차할 기회조차도 없는 지역의 어른들은, 가만히 있는데 뺨 한대 맞은 고약한 기분일 것이다. 말없이 분노를 삼키고 계실 것 같아서 예비 노인의 입장에서라도 대신 한 말해야겠다. 

먼저 공평하게 총리나 지하철 공사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보자. 서울 지하철에 무임수송 승객은 전체의 12.5%를 차지하고 있는데, 무임 승객은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이다. 여기에 노인승객이 물론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 부분을 운임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400억 원에 달해 서울 지하철의 연간 적자폭과 비슷하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하철 공사나 총리의 입장에서 보면 노인 무임승차 부분을 해소해 버려 단숨에 적자를 확 없애 버릴까하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생각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도 그런 셈법이 맞기나 할까?
지하철 무임승차가 없어져도 모든 노인들이 총리나 공사의 계산처럼 요금을 내고도 탈 까? 통계에 의하면 현재 노인들 중에 고정수입을 가진 분들은 1/4에 불과하다. 무임승차이니 타는 것이지 유료라면 태반이 넘는 분들이 포기할 것이란 것이다. 결국 이 노인무임승차정책을 포기하면 욕은 욕대로 듣고 적자는 그대로 유지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천하 하책이라는 게다.   

그럼 이런 생각 자체는 옳은 것인가? 한 번 따져 보자.
우선 현행법에 의해 무임승차의 권한을 갖는 합법적인 노인은 65세부터이다. 이분들이 누구인가? 한 번 역산해 보라. 이 분들이 20세 성인이 되어 산업 활동에 나선 때가 1965년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고도 발전시키는 시발이 된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1962년에 시작되었으니 얼추 그 시점이다. 바로 현재의 노인들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산업화의 주역인 것이다.

이 분들은 자식들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을 감내했다. 하고 싶은 것 무엇 하나 마음껏 하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 먹지 않고 참으면서 오로지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시집장가 보내면서도 막상 자기들의 앞가림은 못했다. 노후대책은 없는 것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고 떠들고 있지만 선진국 마냥 은퇴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이 과연 얼마나 된다 말인가? 아무런 노후 대책 없이 자식들, 지금의 활동 세대를 위해 희생해 온 어른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도 못하겠다는 말인가? 지하철 노인무임승차는 단순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넘어서 어른에 대한 ‘공경’의 의미도 포함되어 수립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른에 대한 공경은 없애도 좋다는 말인가? 오만불손이고 배은망덕이다.

김 총리는 또 ‘복지도 결국 생산과 연결돼야 하는데 과잉복지가 되다보니 일 안하고 술 마시고 알코올 중독되고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복지도 생산과 연결되어야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그러려면 복지가 소비로 직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수에 도움이 되고 산업 발전이 진작 되니까. 노인들에게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고정 수입이 없는 노인이 3/4이나 된다고 했다. 한국의 노인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과잉복지? 도대체 노령연금을 얼마나 주고 있기에 복지 과잉일까? 65세 이상 부부인 경우 최고 13만4천 원, 부부 중 한 분만 65세이거나 독신인 경우에는 8만 4천원을 지급한다.
이 정도 받으면 넉넉하고 배불러서 일 안해도 되니 술이나 매일 마셔대 알코올 중독이 되는 걸까? 그런데 과문한 골프의 ‘골’자도 모르는 필자도 알겠다. 그렇게 재미있다는 골프를 수시로 치고 다니며, 헬스장에서 매일 몸 관리하고 저녁에는 음악회, 전시장을 다니며 여가를 즐길 수만 있다면, 이 분들 중에 알코올 중독될 분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것은 분명히 알면 좋겠다. 마땅한 일감이 없고(젊은이도 못 찾는데 하물며 노인이) 여가를 즐길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 가까이 있는 가게에서 파는 소주가 치명적인 유혹이란 것을. 또 현실적으로 유일하게 시간을 죽이는 방편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그래서 알면서도 알코올 중독의 길로 간다는 것을.

그러나 냉소적으로 이 일을 보지 않으련다. 오히려 노인 복지에 관해 관심이 많은 ‘서민 총리’인 김 총리께서 역설적으로 노인 복지를 사회적 화두로 삼기위해 애써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김 총리가 ‘노인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밝혔다고 총리실에서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기대한다!
따라서 다음에 지면이 허락하면 더 나은, 실용적인 노인 복지정책을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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