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중요한 ‘통계’
지역사회에서 농어업을 비롯한 관광 등 경제분야에서 ‘통계자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상 고온, 태풍, 적조, 물가 급등 등을 겪으며, 농가는 작부 패턴을 조정하고 어업인은 조업 스케줄 조정, 소비자의 심리까지 읽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위해 긴요한 통계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실시간 또는 과거 6개월치의 체계적인 생산ㆍ출하·소득의 통합적인 데이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농산물의 지자체 차원 통계조사에 대한 요구는 과거에도 반복되었지만 여전히 행정 부서에서는 국비 예산 편성조차 주저하고 있고 거버넌스 논의는 몇몇 학자·회의 자료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국가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는 소규모 표본조사와 집중 점검에 의존하고, 발표 시점도 조사 연도의 다음해 하반기로 지연된다. 또한 결과는 시·도 또는 전국 단위로 요약되어, 읍·면·리 단위의 세분화는 유료 서비스이거나 장시간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간에서 엑셀 기반 자체 수집을 시도하지만 항목 정의가 다르고 담당자가 바뀌면 중단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어업 통계의 ‘정보 빈곤’은 생산성과 대응력 저하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봄철 못자리·양식 종패 입식·여름 적조 등에 따른 조치 시기에, 각 농·어가가 ‘몇 톤을 언제 뿌렸고 언제 수확해서 얼마를 벌었는지’ 등 개별 기록은 하지만 통계 분석이나 피드백, 정책 설계에 활용되는 데는 제한이 많다. 예를 들어 남해군에서도 농수산업 관련 기본 조사는 진행하지만 이 자료는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못하거나, 내년 농사나 조업 준비에 반영될 수 있을 정도로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별 지원 정책이나 긴급 대응, 수급 전망 등에 의미있는 반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
통계 없이는 치명적
통계자료가 취약하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어떤 품목이 얼마나 공급과잉인지 알 수 없고, 재배율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누구에게 어느 시점에 전달할지 판단할 수 없다. 또 유통 중단이나 도로 붕괴, 수출 계약 해지 같은 비상 상황이 닥쳐도, 마을 단위별 물량 대비 피해액 예측이 불가능하여 보험금 청구, 재난지원금 책정 시간도 놓치게 된다. 농가 조직이 채소, 배, 마늘을 번갈아 심어도, 농협 단위 집하량이나 조합 통계는 작목별 세목이 없거나 숫자가 떨어져 누락될 수 있다.
이렇게 ‘통계 공백’은 ‘결정 지연’을 초래하고 결국 ‘피해 확대’라는 악순환을 낳고 반복하게 만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의 농어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은 △연1회 고정형 농어업 통계연보 발간 △IoT 기반 실시간 수집 & 디지털 마킹(출하·판매 내역 등록) △민·관 연계 통계교육 및 워킹그룹 △수요 맞춤형 분석 및 정책 활용 등의 활동에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농어업 분야의 경우 체계적인 통계화를 진행하면 예보 직후 피해 예측치가 자동 산출되어 지원금 지급 및 보험사 청구의 신속 처리 등으로 재해 피해액의 20~40%를 절감할 수 있다.
또 통계의 즉각적인 산출과 예측을 통해 관련 정책이 실시간으로 반영될 수 있어 농어업 업무를 효율화할 뿐만 아니라 조기 대응을 통한 피해 최소화로 실질 수익을 늘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관광분야에서도 성수기와 비수기의 방문객 증감 추이, 지역별 식비, 숙박, 체험비 등 소비구조 파악 등을 통해 장·단점 파악을 통한 개선, 문화관광 재정지원의 정확한 근거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현실적인 통계 확보와 활용을 위해 국고 보조나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통계담당관실’ 또는 ‘지역농어업 데이터 센터’ 신설을 먼저 시도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국·도·시 단위 농어업 통계 담당 조직과 연계하면 추후 국비 확보도 유리하다.
사실상 정책 수립과 집행은 통계에 기반한다, 지역 상권이 통계 기반으로 일한다, 피해 대응이 통계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와 앵커기관이 협력해 마을 단위까지 책임지는 ‘통계 기반 산업과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지역상황에 맞게 짜임새있는 통계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