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담벼락에
방울뱀 허물이 붙어 있다
돌과 돌이 깍지를 끼고
방울뱀의 몸둥이를 붙들고 있다.
깍지 낀 저 손아귀의 힘이
방울뱀이 떨어지지 않고
지나가게 했을 것이다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게 했을 것이다
붙들고 있는 힘과 빠져나가는 힘이
부대끼고 엉겨서
담이 견디었고 더 단단하게 뭉쳐서
담 속에서 놀고있는
방울뱀이 보였고

반들거렸고
방울 소리가 들렸고
방물장수가 지나갔고
덮고 덮은 허물 밑으로
오남매가 빠져 나갔다
방울방울 떨어지다 소진 되어버린 담이
이젠 쇠잔해진 손힘으로 저렇게
흐물거리는 허물만 붙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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