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처럼 지내야 갯벌·인간 공존  
갯벌체험 앞선 사전교육·통제 절실
주민 주체 세울 지역사회 프로그램 필요 
 

  
 
  
군내 갯벌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이 갯벌에 엎드려 갯
벌 및 갯벌생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이는 갯벌을 인간의 정
복대상이 아닌 친구로 삼기 위해서다.
 

 
본지는 이미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 기사를 통해 올해 특히 남해가 갯벌체험지로 각광받은 사실을 언급한 뒤 그 뒤에 숨은 여러 가지 문제점과 우려되는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 우려와 문제점을 넘어서 갯벌을 찾는 손님이나 갯벌을 지키고 있는 군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생산적 대안은 무엇일까?
대안을 이야기하기 앞서 우선 공유해야 할 것은 올해 남해갯벌에서 있었던 여러 문제적 상황들 대부분은 이미 갯벌체험지로 유명한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겪은 바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본지가 갯벌체험과 관련된 자료를 접하고 전국에서 갯벌을 지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 수 있었던 내용이다.

다른 지역갯벌의 경우

강화갯벌-국내 최대의 갯벌체험 관광지중 하나인 강화군. 이곳의 시민단체인 강화시민연대에서 수년째 갯벌체험 가이드를 하고 있는 신상영 갯벌가이드 팀장은 안내를 원하는 단체 관광객들에게 ▲갯벌에 가기 전 1시간 정도 교육을 받도록 하고▲갯벌내 50미터까지만 진입하도록 하고 ▲삽이나 호미 등을 갖고 각종 어패류를 캐는 것은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미 각종 개발들의 이유로 많은 훼손을 입은 갯벌이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신팀장은 "갯벌이 계속 딱딱해지고 서식하던 염생식물 종류가 바뀌는 등 생태계변화를 겪고 있다. 각종 갯벌을 통한 각종 어획량, 채취량 도 많이 줄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관광객들은 많은 생활하수, 쓰레기를 배출하고 갯벌의 가치에 무지하다.  심지어 갯벌에서 축구를 하려고 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제부도 -경기도화성시의 작은 섬 제부도, 하루에 두 번씩 바다가 갈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며 갯벌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화성시 관광진흥협의회 홍영덕사무국장은 "연평균 130∼150만명 정도가 찾는다는 제부도를 찾는다. 그리고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체험형태는 비슷하다. 단체로 놀러온 유치원생들마저 떼를 지어 조개, 바지락을 캐러 온다. 어촌계가 뿌린 종패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있어 어민들은 바지락 씨가 말라간다고 우려한다"고 말한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갯벌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년도 경기도 관광진흥의 해에 제부도에서 예정된 행사도 취소했다. 지금과 같은 관광형태가 계속되면 갯벌 씨가 마를 것 같다. 관광객들에 대한 교육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이를 실천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영종도-한편 오마이뉴스 김하늘 기자는 2002년 8월 12일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인천 영종도 신공항 남쪽 용유도 해안 갯벌을 표본 조사한 결과, 8월 1일 하루만 방문객이 5천 명에 이르렀고, 5백여 대의 차량과 150여개의 조개구이 천막간이음식점 등이 난립했다. 이에 주변이 쓰레기 투기 및 폐수 유입으로 오염이 매우 심한 상태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또한 "특히 갯벌체험어장인 용유도 덕교어촌계 갯벌은 최근 무분별한 채취로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를 전한후 그 원인으로 "각종 대형공사로 갯벌관리주체가 없어짐에 따라 관광객들의 무단출입이 가능해진 점"을 꼽고 있다.

'공통처방전'은 사전교육·통제

이곳저곳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우려와 대안도 마찬가지다.  갯벌체험이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진행되면 오히려 갯벌훼손을 앞당기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이며 또 이를 방지하는 방안으로는 사전 교육과 통제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갯벌생태학교 박언주교장은 "그동안 남해를 비롯한 전국 각 갯벌의 갯벌체험은 준비가 부족한채로 대안없이 마구 시도해 결국 갯벌파괴 체험이 되고 말았다"며 "갯벌체험이 어떤 것을 캐고 잡을수 있느냐의 갯벌캐기가 아닌 갯벌의 가치를 소중히 느끼는 계기, 즉  생태체험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갯벌을 인간이 장기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생태체험이 되려면 모든 탐방객이 꼭 갯벌의 가치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고 일정한 통제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전교육과 통제는 갯벌방문객들이  갯벌을 인간의 지배대상이 아닌 함께 숨쉬는 생명으로 느끼도록 하다는 것.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방안은

문제는 통제와 교육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과연 이 사전통제와 교육의 주체를 누구로 세울 것인 지부터 교육주체와 관광객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등이 과제다. 결국 이는 지역공동체 모두가 나서 풀어야 할 문제. '지역내 가이드 양성' '주민교육' '지역갯벌 휴식제 실시' '행정기관의 적극 홍보' 등이 구체적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통제와 교육만으로는 주민들이 갯벌체험에 선뜻 나서기를 바라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갯벌생태학교 박언주교장은 "주민소득과 연계한 갯벌체험이 중요하다. 즉 스스로 갯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갯벌체험을 실시하고 방문객들은 마을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농수산물도 사고, 농촌의 삶도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때 주민들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조건적인 조개캐기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갯벌체험을  근본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하는 최고의 방안은 갯벌이 더 이상 각종 개발, 공사 등 인위적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단체가 완강하게 '갯벌을 가로지르는 해안도로 개설'과 '지역개발을 명분으로 한 갯벌매립'에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갯벌과 인간의 상호공존 

늘 인간 곁에 있어 오랫동안 슬며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됐던 갯벌, 하지만 이제껏 인간은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살았고 이제야 그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는 남해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갯벌과 지역사회가 어떤방식으로 조화를 이루며 숨쉬며 살아 갈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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