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서울까지 9일간 도보로 약 480km를 걸어서 횡단한 향우가 있다.

그는 정우상씨(1963년생)로 남해 도마(도마초 31회) 출신이다. 유난히도 더웠고 찌는 무더위 속에 8월25일 부산을 출발하여 9월2일 서울시청광장에 도착한 것이다. 대견하고 끈기 있는 남해인의 기상을 손수 보여 준 사나이 그의 인고(忍苦)의 일정은 이렇게 이어졌다. 8월24일 부산으로 내려가 대장정을 준비했다.

▷제1일차(8월25일) : 새벽녘이다. 김해공항을 출발했다. 진영을 거쳐 밀양을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도착하여 누님 집에서 여장을 풀었다. 첫날은 너무도 더웠다. 발에 물집도 생기기 시작했다.

▷제2일차(8월26일) : 대구로 향해 새벽 4시 20분에 발걸음을 옮겼다.

▷제3일차(8월27일) : 어제 무리하게 걸었더니 오늘은 오후 3시부터 칠곡중학에서 출발하여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옥계에 도착하였다

▷제4일차(8월28일) : 대구시 북구 읍내동에 도착하니 19시간을 걸은 것 같다. 대구는 5시쯤부터 비가 많이 왔다. 발에 물집이 너무 많이 잡혀 내일은 하루 쉬려고 마음먹었다.

▷제5일차(8월29일) : 예삿일이 아니었다. 부산-서울을 종주하는 이유는 내 건강과 지구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려고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나도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는 시점이다. 이를 무릅쓰고 무사히 상주에 도착했다. 옥계에서 상주구간은 비가 오락가락하여 많이 힘들었다.

▷제6일차(8월30일) : 오늘은 4시부터 문경세재를 넘어 수안보를 목표점으로 삼았다. 충북 음성군 금왕리라는 곳에 밤 9시가 되어서야 도착하였다. 잘 하면 9월2일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도착할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햇볕 한점 없이 바람까지 불어주어 약 70Km를 걸은 것 같다. 무릎도 아프고 발엔 물집이 잡혀 엉망이지만 서울까지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보람을 느끼며 재미있게 열심히 걷겠다고 다짐했다.

▷제7일차(8월31일) : 도로에서 무더웠던 8월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내가 대견한 사람 축에 끼는 것 같다. 그래도 어제 오늘은 시원하다 못해 새벽과 저녁시간에는 추위가 느껴진다. 서울까지는 약 70키로 남은 것 같다. 어제 좀 무리를 했더니 약 1시간 반 정도 늦게 도착했다. 내일이면 광주나 송파에 도착할 것 같다.

▷제8일차(9월1일) : 오늘은 이천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오후 6시에 도착 내일 오후 4시면 목적지인 광화문 서울시청에 도착할 것 같다.

▷제9일차(9월2일) : 오후 3시 반에 서울시청에 도착했다. 비로소 무엇을 성취한 감정이 엄습해 왔다. 둘러보니 윤혜원 기자가 보인다. 참으로 반가웠다. 이렇게 나의 긴 여정은 막이 내렸다.

시청 앞 광장에는 이석춘 박경희, 하혜련 동료와 친구들이 꽃다발을 들고 맞아주었다. 제일 힘들었던 때는 이틀이 지나고 나서였단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걸어온 길이 아까웠다고 한다. 깡다구 남해인의 기백을 보여주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나타낸 결과였다. 날이 흐리거나 바람이 부는 날은 하루에 70키로를 걸었다고 한다. 서울시청에 들어섰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단다. 굳어있는 발바닥. 수지침으로 찔린 허벅지. 닳은 운동화가 말해주었다. 남해인의 긍지를 가지고 서울까지 걷는데 성공한 ‘정우상’ 향우에게 우리 모두 힘찬 박수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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