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농촌지역 대부분이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공동체는 해체되고 경로당을 중심으로 한 실버 공동체 문화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우리 남해지역도 마찬가지다.

요즘 마을 경로당에는 많으면 20∼30명, 적으면 5∼10명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일같이 드나든다. 일찌감치 아침 챙겨먹고 이내 집을 나서 날이 어둑해질 때가 돼야 집에 돌아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이렇다 보니 집에서는 잠만 잘 뿐, 거의 하루 내내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로당에 나가면 얘기 상대가 있어 외롭지 않고 겨울철에는 비싼 난방비를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경로당에 생활필수품인 전화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은 물론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애간장을 태우기 일쑤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비워 있는 집에 받지도 않는 전화기만 붙들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혹여 급한 일로 당장 연락할 일이 생겼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여기저기서 경로당에 전화기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령자가 많은 농촌마을의 경로당은 어느 누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지, 밭에 일 나갔는지 등등 이웃 어른들로부터 안부를 확인하고 동네 대소사를 알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어 일반화된 전화기 정도는 꼭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군내 225개 경로당 가운데 전화기가 설치돼 있는 곳은 고작 20여 군데.

대부분의 마을은 회관 내 이장실에 전화기가 설치돼 있으나 이장이 외근을 나가면 문을 잠그고 나가기 때문에 전화가 와도 받지 못하고 급한 일이 있어도 전화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어느 한 마을에서는 경로당에 전화기를 설치했는데, 전화요금이 많이 나와 주민간에 고성이 오가며 다툼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마을에서는 경로당에 전화기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을 하면서도 현재 경로당 운영비로선 전화기 설치 및 전화요금 납부가 힘들다며 설치를 망설이고 있다.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면 수신용 전화기만이라도, 아니면 마을당 1만원 내 한도를 정한다든지 정액제를 신청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 노인복지 차원에서 경로당 전화기 설치가 시급히 이뤄졌으면 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