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이다. 그 원인은 먼저 북한의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의 결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이 핵실험 의사를 표시하면서 중국ㆍ한국조차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언급은 북한이 국제사회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흔히들 외교는 소리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전쟁이 북한핵문제와 관련하여 한반도를 둘러싸고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그 동안 한국전쟁이후 북핵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해 왔으며 이번에 불거져 나온 북핵문제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가 되고 있다.

1945년부터 미국은 주변국들의 움직임을 강제할 의도에서 핵사용을 직접적으로 시사해 왔다. 그 상대방은 중국이었고 의도는 일견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한국전을 종식시키기 위함이었다.

한국전 종식을 주요 공약 사항으로 내걸고 당선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당시 한국에서의 전황이 시소 게임과 같은 교착 상황에 빠져든 데다, 상당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의 전진이 지지부진하자, 뭔가 난국을 돌파할 묘수 찾기에 혈안이었다.

이에 반해 중국과 북한은 미국의 철수를 기대하면서 판문점에서의 평화 협상에 미온적이었다. 여기에 핵이 주요한 해결 수단으로 등장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핵문제를 왜 하나의 심각한 국제문제로 여겨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한국의 대내적인 입장에서는 우선 우리의 안정이 가장 큰 우려라는 것이다. 즉,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땅에서 대치하고 있는 지금 북핵문제라는 것은 우리의 안전에 커다란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는 한국이 자주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시험무대라는 것이다.

지난 제네바 회담에서 북핵문제가 미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간의 회담으로 진행되었다. 이 합의의 핵심요소인 경수로 건설비용의 70%를 한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 현재의 북핵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를 비난해서 국론을 분열시키기보다는 합심해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핵보유 잠재국인 일본과 더불어 동북아 비핵화 논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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