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군농민회 정책실장.
오늘(15일) 새벽 0시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13일 저녁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대통령은 미재계인사들과 만난자리에서 ‘한-미FTA를 확고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미 재계와 신뢰쌓기(?)를 하였다.

이는 이번 회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주요의제로 다루어졌을 것이다. 신문이 나간 지금 여러 언론에서 한-미정상회담의 분석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만족하며, 한-미FTA를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하며, 어쩌면 여러 걸림돌 중의 일부를 서로 정치적으로 합의하였는지도 모르겠다.

3차 협상에 대한 분석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야 정확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번 3차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글은 3차 협상의 표면적인 결과의 분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더 넓고 정확한 시각을 갖기 위해 협상의 초기부터 3차협상과 한-미정상회담 까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먼저 3차 협상을 간단히 살펴보자. 한-미FTA 3차 협상은 9월 5일 전국의 방방곡곡에서 울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9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다.

별다른 진전이 없는 협상?!

나흘간 논의된 이번협상의 주요 결과물을 살펴보면, 하나는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가장 큰 진전이 이루어졌다. 항상 그래왔듯이 대외비로 분류되어 주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음으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한국산 인정과 농산물 개방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한 협상은 이번에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으로 자칫 빠르게 합의하면 내부 찬반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이나, 이후 4, 5차협상에서 다룰 것은 굳이 논란을 벌이지 않고 피해갔을 것이다.

다음으로 보다 빠른 협상의 진행을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4차 협상을 앞두고 분과별 대면회의, 화상회의, 전화회의 등 다양한 방식의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의약품문제로 2차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것을 지난 8월 중순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별도의 협상을 갖고 한미 양국이 의약품 선별등재 제도의 시행과 미국 제약업계의 이익 관철 등을 맞교환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움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을 수렁에서 건져 올릴 수 있었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 빠르게 협상을 진행시키자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한미 FTA가 체결돼도 그 효력이 연방정부에만 미치고 주정부에는 미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지방정부의 법률적 독자성이 성립돼 있지 않아 한미 FTA의 효력이 전국적으로 미친다는 또 다른 미국에 유리한 내용을 미국측이 제안하여 한미 간 헌정체제의 비대칭성 문제가 국내에서 논란의 대상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총괄적으로 이번 3차 협상을 평가하면 말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협상이었지만, 속은 미국의 협상일정과 방법에 합의해준 협상이었다. 한-미FTA를 추진하고자 하는 미국과 정부측의 입장에서 본다면 반대론자들의 여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눈과 귀가 모이는 본협상의 자리보다는 여러 가지의 ‘막간협상’을 통하여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분산하여 올해 안에 이번 협상을 마무리 짓는데 있다. 따라서 이번에 합의해준 ‘막간협상’은 지난 8월 싱가포르에서의 협상처럼 미국의 의도대로 세부적인 원칙을 합의해 가는 협상으로 될 것이다.

국회의원도 ‘외부인’취급

그런데 이번 3차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미국 현지에서 이번 협상이 얼마나 일방적이며,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우리측 협상단에 의해 ‘외부인’ 취급을 당하며, 브리핑룰 사용을 제한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9월6일 저녁 첫날 협상을 마친 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외교통상부가 묵고 있는 호텔 기자회견실에서 국회의원 36명이 서명하여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를 밝힐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강기갑 의원 측이 브리핑룸을 사용하겠다고 알려오자 “브리핑룸은 외교통상부가 마련한 것이라 ‘외부인’은 사용할 수 없다” 이유로 잠시 기자회견장을 잠궈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브리핑룸의 사용을 제한한 근거가 미약해 강기갑 의원에게 브리핑룸을 강제(?)로 내어 줄 수밖에 없었고, 기자회견장에서의 발언도‘이 기자회견장에서는 FTA에 대한 찬반 발언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마이크를 끄는 등 발언을 제지했다고 한다. 이는 협상단 스스로 한-미FTA협상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얻을 것은 적고, 지켜야 될 것은 많은 협상

올 초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여러 가지 정황에서 이번 한-미FTA협상의 진실이 어떠한지 알아 볼 수 있다.

애초부터 광우병 쇠고기 수입약속등 4가지 전제조건의 수용으로 시작된 협상은 우리 정부의 정책도 협상의 대상이 되고, 끊임없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켜나가며, 우리측 협상단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초부터 얻을 것은 적고, 지켜야 될 것은 많은 평등하지 못한 협상이 아닐까?

2차협상의 결렬. 3차 협상 진통. 겉보기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협상의 중간 중간 여론의 조명을 피해가며 합의가 이루지고 협상이 진행되고, 협상의 중요고비에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것은 한-미FTA를 올해안에 매듭지으려는 전략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정부는 엄청난 선전의 물량공세로 한-미FTA를 대세인 것처럼 만들어가고 있다.

한-미FTA는 후손들에게 더 큰 영향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서 지난 5일 전국의 시군에서 3차 범국민대회가 열었다. 남해에서도 200여명이 참가하여 집회를 가졌다. 그리고 11월 100만이 참가하는 범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남해에서도 ‘한-미FTA저지남해군민운동본부(준)’를 구성하였고, 조만간에 본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협상이 진행 될수록 농민, 노동자, 일반서민에 이르기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반면에 끊임없는 정부의 선전으로 인해 대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아니 대세로 받아들이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하는 일인데 막을 수 있을까?’하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한-미FTA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큰 교과서는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경제상황이다. 멕시코에서 많은 농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총을 들고 항쟁하는 모습, 캐나다의 우체국과 미국 UPS의 분쟁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만약 우리가 한-미FTA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크게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지금 진행하는 이 협상은 당장의 문제보다는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는 협상이다. 모두의 한목소리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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