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위를 뛰어다니는 말뚝망둥어는 평산매립지의 상징이다. 말뚝망둥어는 갯벌
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종이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는 평산매립지의 건강성을
증명한다.
 
게와 망둥어 등 30여종의 생명체 서식

하수정화장 역할 수행, 정밀조사 필요

하루아침에 광양만 준설토를 뒤집어쓰고, 생명을 잃은 채 20년 넘도록 인간의 관심밖에 방치됐던 평산매립지에도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평산·덕월지구에 골프장을 만드는 것만이 남해가 살고 주민들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는 남해군과 주민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간석지를 누비는 방게와 뻘 위를 뛰어다니는 망둥어의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평산매립지 가에 쪼그려 앉아 1분만 지켜봐라. 죽은 갯벌이라니? 망둥어가 웃을 일이다". 평산매립지의 생명력을 확인한 사람들이 반가움 반, 경이로움 반으로 내지르는 탄성이다.

게와 망둥어의 천국
  
 
  
평산매립지는 방게의 천국이다. 수를 헤아릴 수 있는 방
게 구멍은 갯벌을 살리고 생명을 숨쉬게 하는 일등공신
이다.
 
  

눈으로만 관찰할 때 평산매립지를 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생명체는 게 종류다.

바닷물이 들고나기를 반복하는, 평산매립지를 삥 두른 간석지에는 게 구멍 천지다.

게 중에서도 방게가 많은데, 갈대밭과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방게의 굴착활동은 물질순환을 도와 갯벌의 생명력을 복원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산매립지만큼 방게의 개체수가 많은 곳은 남해에서는 드물다. 방게 외에도 평산매립지에는 갈게, 붉은발농게, 풀게, 민꽃게, 엽낭게, 칠게, 집게 종류가 다수 관찰된다.

말뚝망둥어가 있어 평산매립지의 생태적 가치는 높아지고 갯벌체험의 재미도 한층 더해진다. 공기호흡을 하는 말뚝망둥어는 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이나 물 위를 뛰어다니는 특이한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다.

말뚝망둥어는 오염된 곳에서 살 수 없는 지표종이기 때문에 말뚝망둥어가 집단 서식하는 것은 평산매립지가 주민들의 주장처럼 죽은 갯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평산매립지에는 말뚝망둥어와 함께 풀망둥어, 도화망둥어 등 망둥어 종류만 3종류가 사는 것이 확인됐다.

생명으로 넘치는 갯벌
  
 
  
양지마을 이금두씨가 평산매립지에 설치한 어망에 잡힌
민꽃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산매립지에는 게와 망둥어 종류말고도 따게비와 외홍합, 가시굴, 총알고둥 등의 저서생물이 관찰된다.

물 속에 사는 생물들은 눈으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양지마을 이금두씨가 설치한 어망에 참숭어, 개숭어, 졸복, 보리새우, 중하 등이 올라온 것으로 봐 상당한 생명체가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산매립지에 자라는 염생식물로는 갈대 군락을 비롯해 칠면초, 해홍나물, 갯질경, 가는갯능쟁이, 갯메꽃 등이 있다.

새들도 평산매립지를 찾는데 꼬마물떼새, 괭이갈매기, 백로, 해오라기, 중부리도요 등이 관찰되며 겨울철새는 더 종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해의 환경활동가들이 간단하게 조사한 것만으로도 30여종이 넘는 생명체들이 평산매립지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남해환경운동연합 박한씨는 "죽었다고 생각했던 평산매립지를 자연이 복원하고 있다"며 "해수유통만 좀더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큰 물고기와 조개류 등 더 많은 생명체들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을정화장 기능 담당
  
 
  
평산매립지에는 다양한 종류의 염생식물이 자라
고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염생식물인 칠면초.
 
  

평산매립지가 단순한 준설토 매립장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존재하는 습지로 변하면서 자연적인 오수정화장 기능을 수행해 주민들에게 보이지 않는 이득을 주고 있다.

지난 99년 남해군의 (사)국제종합경영연구원에 용역을 줘 실시한 평산매립지 환경오염 학술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산매립지로 유입되는 오리마을 하천의 화학적산소요구량과 총질소, 총인 농도가 매립지보다 높았다.

정화되지 않은 마을하수가 매립지에서 정화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평산매립지에 대한 중금속 오염도 측정에서도 아연, 구리, 납, 망간 등의 함량은 비요염상태로 조사되었고, 크롬과 니켈은 비교적오염된 수준이었다.

특히 철 성분은 매립지 전 지역에 오염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용역팀은 광양항 준설토 자체가 오염된 상태로 매립에 이용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금속 중 몇 가지 농도는 하천 유입지점이 매립지 안쪽보다 더 높았다
.

정밀조사로 대안 마련
  
 
  
환경활동가들이 확인한 것 외에 더 많은 생명체
가 평산매립지에 존재한다.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갯벌연구의 권위자인 한국갯벌생태연구소 백용해 소장은 "평산매립지에 살고 있는 생물종을 봤을 때 먹이사슬이 이미 형성돼 있고 저서생물이 많아 정화작용을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코 죽었다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갯벌"이라고 밝혔다.

또 백 소장은 모기의 집단산란에 대해서도 "갈대밭에 민물이 많으면 모기가 서식한다"며 "매립지로 해수가 자유롭게 들고나게 하면 모기가 없어질 뿐 아니라 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갯벌이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평산매립지는 파괴된 습지가 복원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갖고 있기도 있다.

골프장 건설에 앞서 평산·덕월매립지의 가치에 대한 충분히 고찰이 있어야 한다. 이 속에서 매립지 개발에 대한 대안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었다, 대안이 없다"에 앞서 평산·덕월매립지 생태계 정밀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