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조성까지 군이, '골프장, 땅 짚고 헤엄치기'

요구하는 투자예정자, 들어주기 바쁜 남해군

남해군은 지난 18일 본지 골프장 보도에 대한 2차 반론문을 발표했다. 현재 남해군과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는 아이엠지(IMG) 내셔날 골프장 측이 평산·덕월지구 골프장 건설에 800억원 이상 투자하기로 남해군과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지는 지난호에 아이엠지 측이 남해군에 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남해군의 반론을 계기로 아이엠지 측이 생각하는 투자규모와 투자의도를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10만평에 달하는 평산매립지가 부지조성작업 후 민간투자자에게불과 몇 억원
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평산매립지에 바다물을 들고나게 하는 해수
유통구.
 

남해군의 거짓 정보

아이엠지 측이 평산·덕월지구 골프장 건설에 투자하려고 생각하는 금액은 남해군이 주장하는 800억원의 절반 수준인 400억원이다. 이것은 아이엠지 이중명 회장의 큰아들인 이만규 이사가 지난 13일 남면 주민들과 함께 아이엠지 내셔널 골프장을 방문한 본 기자의 물음에 직접 확인해 준 내용이다.

남해군의 아이엠지 측 협상창구가 이 이사이기 때문에 이 내용은 틀림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평산·덕월지구 골프장 개발을 위해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 이사는 "4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명확하게 답했다.

또 '남해군이 800억원의 민자를 유치할 계획인데 400억원이면 부족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이 이사는 "골프장을 이미 여러 개 건설해본 우리의 판단에 4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적극적으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본 기자가 굳이 투자금액을 이 이사에게 직접 물은 이유는 남해군 담당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골프장 업무를 담당하는 문화관광과 김대환 관광개발 계장은 '회원권을 분양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엠지 측이 8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가'라는 본 기자의 물음에 "아이엠지 측이 4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라고 말했다. 이 시점이 골프장 견학을 가기 전이었다.

남해군이 협의과정에서 아이엠지 측의 투자규모를 알고 있으면서도 반론문을 통해 800억원이라고 주장하는 거짓말을 한 셈인데 무슨 의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단지 군민들에게 대규모로 개발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 줘 골프장 반대여론을 수그러들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200억 주고 60억 받는다

평산·덕월지구의 입지와 토지매입비 등의 불리함 때문에 대기업들마저 투자결정을 못한 상태인데 왜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인 아이엠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 하는 것일까.

남해군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엠지 측이 평산·덕월지구를 바다에 접하고 겨울에도 라운딩이 가능한 골프장으로 개발해 이미 자신들이 중부권에 소유한 3개 골프장의 보완용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겨울에 골프 치기가 어려운 골프장의 회원들을 남해로 보내고, 휴가철에도 회원들에게 바다와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다. 다른 곳에 골프장을 소유하지 않은 대기업은 남해의 불리한 입지 때문에 투자를 못하지만 아이엠지는 이 보완적 기능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지만 아이엠지 이중명 회장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나 자신들말고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 여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회장은 남해군에 대한 요구조건도 명확하게 내걸었다.

이 회장은 "아직 투자협정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남해군에 △법적인 절차 해결 △토지매입 해결 △기반시설 및 부지 조성 등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무리한 요구인지 예를 들어보자. 기반시설과 부지를 조성하는데 남해군은 지방비와 국비를 합쳐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런데 아이엠지 측이 생각하는 부지매입비가 평당 2만원 이하이고 전체 투자금액이 400억원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아이엠지 측이 남해군과 주민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전체 부지매입비는 많아야 60억원(30만평×2만원)이다.

아이엠지 측이 60억원을 남해군과 주민들에게 주고 200억원을 받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남해군은 공공연하게 주민들의 높은 땅값요구를 군유지의 싼 가격으로 상쇄해서 전체적으로 아이엠지 측의 토지매입비 수준을 맞춰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남해군의 셈 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숨은 의도를 경계하라

위에서 아이엠지 측이 입지의 불리함을 무릅쓰고 남해에 투자를 고려하는 이유로 평산·덕월지구 골프장의 보완적 기능을 들었는데 사실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남해 개발의 기득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골프장 개발에 민간투자자 신분으로 참여하고,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사업장으로 남해에서 자리잡은 후 그 높아진 위상으로 향후 남해 개발에 유리한 조건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도다. 아이엠지 이만규 이사는 이 부분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이 이사는 "남해군과 투자협정을 맺으면서 기득권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기득권 주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남해의 관광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아이엠지 측의 인식이 깔려있다. 이것은 "제주도에 투자할 생각도 했지만 이미 포화상태여서 포기했다"며 "연륙교 개통과 한려대교 개설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남해 개발의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본다"는 이 이사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아이엠지 측이 어떤 방법으로 기득권 보장을 요구할지 추측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구세주처럼 인식되는 민간투자자의 이면에 경우에 따라서는 남해를 통째로 삼킬 수도 있는 무서운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법적인 절차와 토지매입, 그리고 부지조성까지 남해군이 다 해준다면 아이엠지 측의 골프장 건설은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다. 남해군이 흙을 확보해 높낮이를 맞춰 조성해 놓은 부지에 잔디 심고 연못 만들고 조경하면 골프장 조성은 끝이다. 투자예상자인 아이엠지는 손해보는 장사는 결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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