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진보라 오디였나 유년이 있었구나 
일흔의 나이에도 멀리 가지 않았으니    
뽕나무 잎 그늘에서 너를 보는 이 심사

오디의 추억은 향기롭다. 유년의 그 어린 추억이 일흔을 넘은 지금까지 옹골차게 전해옴은 차라리 눈물겨운 일이다. 잊지 못할 추억에 실려 끊지 못할 대자연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이 현상을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또 만나게 되었으니 오늘은 온 몸에 시퍼런 오디 물을 적셔보려 아련한 유년의 뒤안길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멀리 갈 일은 없다. 바로 몇 발자국 옆이다. 내 살던 죽산 옛집 담장에 기대선 뽕나무는 세 그루였는데 이곳도 역시 세 그루다. 이곳은 담장이 아닌 언덕에 기대선 것이 좀 다를 뿐이다. 진보라 오디 알을 만지니 시퍼런 물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농염한 그 자태에서 요새 말하는 안토시아닌 색소의 진면목을 본다. 한 알을 따서 맛을 본다. 어느새 유년 시절 그 향긋하고 달콤한 오디 맛이 쏜살 같이 내 곁으로 달려온다. 고향 집 뽕나무 세 그루도 출렁이며 달려와 이 곳 밭 언덕에 뿌리 내리는 환상에 젖어든다.     

뽕나무에 올라 몇 개 따서 먹으려다 뽕나무 아래를 내려다본다. 뽕나무에 올라간 오빠를 쳐다보며 침을 삼키고 있는 동생에게 먼저 던져준다. 필자가 초등학교 갓 들어갔을 때니 바로 아래 동생은 필자와 세 살 차이라 필자가 어디 가면 따라 나설만한 나이였고 그 아래 동생들은 아주 어리거나 태어나지 않았을 때다. 오디를 실컷 따먹고 나면 온 손바닥과 이빨, 혓바닥은 물론 온 입안이 파랗게 물들어 남매는 자지러지게 웃곤 하였다. 이제 그 남매는 어느새 일흔에 들었다. 여기 한 번 놀러오라고 해야겠다. 고향 마을에서 있었던 오디의 추억을 동생은 알까? 

이 곳 청정지역의 오디는 벌써 색깔부터 다르고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해도 침이 고일 정도다. 실컷 따먹고도 많이 남아 나중에 한 번씩 먹을 양만큼 여러 개의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 냉동실에 넣는다. 생각날 때 꺼내어 요구르트나 우유에 갈아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니 그렇게 해보는 것이다. 산촌의 유월이 오디와 함께 시퍼렇게 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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