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5년 전에 남해신문사에서 불치병어린이 돕기 모금운동이 있었는데 아이 아빠가 찾아와서 수술비가 약 3000만 원 정도 드는데 집을 팔면 1500만 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머지 1500만 원이 부족해서 좀 도와 달라는 취지로 나를 찾아 왔다. 

그 당시 나는 아리랑마을을 막 시작해 개업할 무렵이었는데 경기도 이천에서 도자기를 구입해 불우이웃돕기 바자회를 열어서 모금운동을 한 후에 약 1000만 원 정도 기부를 했고, 남해신문사에서는 유치원·초·중·고생들과 남해군민들이 함께 모금을 해서 약 3000만 원을 모아서 전달했다. 

그 후에 현대 아산병원으로 갔는데 병원비가 약 1억 원 정도 들어 수술이 불가능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도 남해군 어린이들에게서 코묻은 돈을 정성껏 모았는데 헛되이 할 수 없어서 방법을 고민해 찾아 보니까 현대 아산병원이라고 해서 몇 년 전에 현대정유 석유대리점을 할 때 현재정유 정몽혁 회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그 당시 인연을 이야기 해 보면, 한참 철없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전남 광양에서 청암휴게소를 짓고 있을 때 정 회장님께서 현대정유 초창기에 휴게소 현장과 하동석유 저유시설소를 둘러보러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그 당시 나는 머리를 스님처럼 밀고 있는 상황이라 만나뵐 수 없다고 하니까 대표이사가 꼭 만나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하동저유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시기 전에 기획실장님과 이사님 등 몇 분이 먼저 와서 회장님께서 오시면 불필요한 말은 삼가 주시고,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주시고 선물도 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귀한 손님이 오시는데 싶어 남해 삼베이불을 준비해 귀빈을 맞을 준비를 했다. 

정몽혁 회장께서 머리를 왜 그렇게 했냐고 물으시길래 열심히 하려고 머리를 깎았다고 말씀 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애로사항이 없냐고 하시길래 소신껏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천휴게소 인수 과정에서 현대정유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하니까 바로 해결해 주시면서 우리 본가가 하동 정씨라서 고향인데 잘 하시라고 하셔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남해 삼베가 조선시대 왕의 진상품이었다고 여름에 시원하게 덮고 주무시라고 남해 삼베이불을 드렸다. 정 회장님은 웃으시면서 성의니까 받아간다고, 고맙다고도 하시면서 류 사장님이 혹시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딱! 한번만 도와주겠습니다 하면서 명함을 주고 가셨던 그 기억이 생각났다. 

그 후에도 현대 정유 부산지사장에게 하동에 류 사장의 머리가 길었더냐고 안부를 묻곤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현대 아산병원이라고 해서 정 회장님께 전화를 걸려고 하니까 회사가 어려울 때 한 번의 기회로 써야 할 것 같은데 사적인 일로 쓴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주변 만류에도 지금은 사람 생명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정 회장님께 전화드려 부탁을 했다. 정 회장님께서도 한 번의 기회를 회사를 위해 쓰지 않는 것이 아쉽다면서, 어쨌던 남자들의 약속이니까 최선을 다 해주겠다고 하시면서 이후에 사랑의 리케스트에 모르게 2000만 원을 기부해서 남해 어린이에게 전해 주라고 하시고, 비서실 부장님을 현대 아산병원에 파견시켜서 어린이가 수술에 성공해서 퇴원할 때까지 신경써서 마무리짓고 복귀하라고 하셨고, 병원비도 절반으로 깎아 주셨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나는 IMF가 와서 10개 정도 되는 회사가 어려워도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고 인원감축도 않고 오히려 아리랑마을을 만들어서 70명 정도 되는 주변 사람들과 장애우와 함께 해시계를 3년간 만들었다가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업을 접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안 살아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전국에는 양심적인 농·어업인들이 많이 계셔서 식품사업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했다. 그 당시에 내가 하다가 접은 사업은 레미콘이나 석유사업이라서 재료를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업은 정직하게 했다. 그리고 아리랑마을은 문화사업이라서 어려움이 많았다. 식품사업은 좋은 땅에서 키우는 사람의 정성으로, 예를 들자면 미국영화배우 폴 뉴먼의 뉴먼스오운(Newman’s Own) 회사같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양심적인 먹거리로 공익적 사업을 하고 싶었고 건강과 장수에 대한 노하우도 체계화하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부끄럼없는 개척정신을 모토로 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었다. 옛날같이 남해신문사에서 힘든 사람들을 돕고 사는 남해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요즘처럼 힘들 땐 용기와 희망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류세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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