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삼계봉 정상에서 홍천 평창 횡성보니
횡성 땅 정암리에 솟대가 솟았구나    
치악산 비로봉으로 금방 날아오를 듯   

가시가 아주 엄한 엄나무 가지를 마을 노인회장님으로부터 제법 많이 얻어 대부분 가지 채 썰어서 말리고 약간은 껍질을 벗겨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오면 선물을 하기도 했다.

엄나무는 음나무라고도 하지만 가시가 엄해서 붙여진 엄나무라는 이름이 더 매력적이다. 퍼뜩 보기로도 약이 될 것 같은 이 엄나무의 기세는 대단하다. 섣불리 이 나무를 대하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 길고도 강한 가시는 공포심을 자아낼 정도다. 이 촘촘하고 굳센 가시를 이용해 아주 오래전에는 조기를 잡았다고 한다. 귀신도 도포자락이 이 엄나무 가시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힘들어 접근을 꺼려하기 때문에 집안에 심었거나 대문에 걸어 두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 엄나무의 순은 그 맛이 일품이다. 엄나무를 개두릅이라 해서 두릅순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것은 잘 모르는 선입견일 뿐이다. 향기와 맛과 약효는 참두릅이 따라오지 못한다. 

엄나무는 가지를 썰어 닭고기에 넣어 백숙을 해먹는 것 외에 거죽만 벗겨 해동피(海桐皮)라는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당뇨병, 신경통, 관절염, 종기, 암, 피부병 등 염증질환에 효과가 있고 혈액순환을 잘되게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서 중풍예방에 좋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어쨌거나 오래전부터 한약 재료로 써왔고 엄나무 백숙을 찾는 이가 많다는 것은 이미 그 효능이 입증되었음을 의미한다. 

필자도 이 엄나무를 얻기 위해 섭외하고 가지 치고 30cm 정도의 길이로 토막토막 자르고 약효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목피를 벗겨 내어 소위 한의학에서 말하는 해동피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강한 가시를 두른 해동피를 목질부로부터 벗겨내는 작업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목질부는 무늬가 아름답고 재질이 연하여 가공하기 쉬워서 가구나 악기, 조각 작품 만드는 데에도 귀하게 쓰인다고 한다. 해동피를 벗겨낸 목질부는 은은한 아이보리 색깔에 표면의 촉감이 너무나 좋아 어디엔가 쓰일 것 같아 버리지 않고 묶어 두었는데 오늘 솟대를 만들어 세우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솟대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필자는 ‘내 몸속에 있는 우주의 영혼을 원래대로 바로 세우고, 내 마음이 우주의 대광명을 향해서 바로 세우는 것이다’라는 데 방점을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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