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재생하는 데 있어 수복형 개발과 철거형 개발이 있다.

수복형 개발은 현재의 불량·노후상태가 관리나 이용 부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경우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하여 현재의 대부분의 시설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노후·불량화의 요인만을 제거시키는 소극적인 도시재개발 형태이다. 철거형 개발은 부적정한 기존 환경을 완전히 제거하고 합리적인 토지이용계획에 의해 새로운 시설물로 대체시키는 가장 적극적인 도시재개발기법으로서 전면재개발이라고도 한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수복형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도시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선호하는 이탈리아 명품 가죽가방 생산지이자 전통도자기와 같은 공예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이다.

볼로냐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서 최하위 경제수준을 가지고 있는 도시였지만, 오늘날 볼로냐의 임금 수준은 이탈리아 평균의 약 2배 정도이며 실업률이 3.1%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에서 너무 가난해 희망이 없었던 빈민도시가 어떻게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5대 도시로 발전하고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볼로냐의 수복형 도시재생 추진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볼로냐는 오렌지색 벽돌로 만들어진 13세기 중세 고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문화유산도시다. 차가 다닐 수 없는 중세시대 좁은 뒷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낡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중세도시는 우중충하고 낡은 도시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찾아보기 쉽지 않는 중세시대 유럽건축물의 특징인 건물의 주랑(柱廊) 포르티코(Portico)와 1674년 축조된 4km의 중세시대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오랜 역사의 성곽도시이다.

포르티코는 건물 1층 처마가 보도까지 뻗어 나와 있는 보행자 통로인데 약 38km에 이르며 볼로냐 시가지 전체를 연결하고 있다. 그래서 눈이나 비가 오면 보행자들은 포르티코라는 복도를 통해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포르티코는 볼로냐의 상징하는 특징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는 ‘만남의 장소’ ‘악천후로부터 보호되는 공간“ 이기도 하고 박람회 기간에는 야외전시장으로 활용되고 노천카페나 잡화상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해 공익적으로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장소이다. 

포르티코는 원래 중세도시 건축물의 특징이라고 한다. 중세에 건설된 어느 도시를 가든지 포르티코가 있는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볼로냐처럼 도시거리 전체를 상징하는 독특한 형태로 남아있는 곳은 드물다.  

11세기 12세기에 유럽의 주민들은 공공공간을 불법으로 이용하여 포르티코식 건축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12세기 말부터 공공공간에 포르티코를 건설하는 행위는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목재를 이용해서 포르티코를 건축하기도 했는데 1567년에는 목조로 제작된 포르티코 건축이 금지되고 벽돌이나 석재로 기둥을 교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는 13세기 이전 건축물에는 여전히 중세 때 제작된 목조 포르티코가 남아 있다. 그리고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 현대적인 포르티코가 1000년이라는 세월에 걸친 건축양식의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면서 거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도시 전체가 모두 지붕없는 박물관처럼 되어있다. 

볼로냐는 오래된 중세성곽이 둘러싸고 있는 도시이다. 성곽 밖에는 현대적인 주거지와 공장지대가 들어서면서 발전했다. 그러나 성곽 안은 볼로냐 대학을 중심으로 도심 전체에 쇠락한 옛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중세도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도시이다.

1995년 EU는 볼로냐를 2000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볼로냐시는 5년 후에 유럽문화수도 행사를 훌륭하게 개최하기 위해서 볼로냐 2000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유럽문화수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후화된 고건축물과 좁은 골목길, 그리고 열악한 주차공간이 대부분임을 발견했다. 볼로냐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성곽 안 구도심을 완전 철거한 후 새롭게 신축할 것인지 아니면 옛 건물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만 리모델링하여 현대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재생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큰 문제에 당면했다. 
옛 건물의 외곽을 유지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신축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투자되어야 했다. 그러나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시민들이 전통적인 중세도시 건축물과 포르티코의 외관을 유지하고 내부만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합의했다. 

시민들의 합의에 따라 볼로냐는 중세도시 건축물의 외관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내부는 리모델링하여 현대적인 도시 생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하는 도시재생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정부는 낙후된 도심의 3만평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하고 구도심의 제빵공장, 도축장, 담배공장 등의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단계적으로 수복형 도시재생을 통하여 문화예술지구를 조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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