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松 감 충 효시인/칼럼니스트
碧松 감 충 효
시인/칼럼니스트

포란의 제비 보며 순리를 배웠니라
뻐꾸기 그 울음에 탁란이 수상쩍다 
붉은 눈 오목눈이야 솔새 지혜 배우라

출입문 바로 위에 한 쌍의 제비가 펄과 지푸라기들을 수천 번 물어 날라 둥지를 벽에 단단히 붙여 놓고 푸른 하늘을 신나게 날아다닌다. 이렇게 허니문을 보내던 제비 한 쌍은 어느 날부턴가 암컷이 둥지에 들어앉고 수컷은 바깥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알을 품고 있음이 확실하다. 얼마 후 미색 바탕에 보라색 점이 박힌 알껍데기가 떨어져 있었는데 새끼가 알을 까고 나왔다는 표시다. 

알을 품고 까서 키우는 동안 제비집 밑은 지저분해져 판때기를 받쳐주는데 천장 구조가 그럴 수 없어 마루를 청소할 수밖에 없다. 며칠 후 어미가 부지런히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도 확인된다. 마릿수도 5마리쯤 되었다. 주변에 산까치(어치)가 털도 안 난 제비 새끼를 노리고 몰려든다. 오늘도 산까치 한 마리가 염탐을 와 주변을 맴돌자 제비 부부는 쏜살같이 날아가 산까치를 몰아낸다. 

문제는 이 염탐꾼이 산으로 날아가 자기 동료를 데리고 떼 지어 왔을 때다. 아니나 다를까 7마리가 날아왔다. 제비 부부는 속수무책이다. 덩치가 자기 몸의 열 배가 넘는 데다 쪽수로도 안 된다. 초토화되기 전에 필자는 데크로 나가 운동을 겸해서 태극선 8식 초식을 펼친다. 시뻘건 부채를 펴고 접는 소리는 크고 날카로워 한 번만 크게 펼쳐도 산까치 떼

들은 혼비백산하여 흩어지고 며칠간 오지를 않는다. 앞으로 제비 새끼가 성장할 때까지 이 부채를 몇 번 더 휘둘러야 할 것 같다. 

제비는 포란하여 알을 까고 이렇게 생명을 걸고 자기 새끼를 키운다. 뻐꾸기가 붉은 눈 오목눈이의 집에 몰래 알을 낳고 일찍 부화한 뻐꾸기 새끼가 붉은 눈 오목눈이의 알이나 새끼를 밀어내어 죽이는 장면들은 여러 매체들의 동영상으로 많이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똑똑한 아메리카 솔새는 찌르레기가 탁란을 하면 둥지를 아예 버리거나 알 위에 새로 둥지를 지어 부화를 못 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붉은 눈 오목눈이는 불쌍하게도 자기 알이나 새끼를 밀어내어 죽인 원수를 키우는 것이다. 

아메리카 솔새의 지혜를 배우지 않는 한 이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탁란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산까치를 물리치며 새끼를 키우는 제비를 필자가 도와주려는 정서는 비록 미물이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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