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푸르른 6월입니다. 이때가 되면 무성한 잎이 절정을 이루어 산야가 온통 초록의 물결로 장식을 합니다. 넘실대는 초록, 늘 우리의 시야를 정결하게 해주는 푸르름입니다. 어쩌면 이 푸르름이 있기에 우리의 정서가 아직은 삭막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차분한 심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인간의 욕망을 다스릴 정도로 녹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초록의 청명함이 여름 내내 똑같은 패턴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빛의 파동과 자체 고유 입자의 활동이 배경이 되기도 하겠지만, 물리적인 현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차원의 활동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필자는 이것을 믿음이라고 정의하여 봅니다. 빛의 파동과 색상을 잇게 하는 자체의 물리적 작용 여기에다 믿음이라는 초유의 영성 활동까지 곁들어진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믿음이라는 초유의 입자 에너지를 가시화할 수 있다면 이 신묘한 가치를 재현할 믿음은 초록 이상의 더 큰 빛으로 다가올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사실 한 생각, 한마음에서 믿음을 연륜으로 가시화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겠습니까? 저 사람을 믿는다, 믿게 되었다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그 순연한 이치를 통달하기까지에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불신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며, 사소한 갈등으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특히나 당연히 나와 인연 된 소중한 분과의 사이에 생겨난 불편처럼 힘든 순간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유혹이 오더라도 신록으로 가득한 6월처럼 믿음의 연륜으로 자신을 푸르게 지켜내는 일, 이것이 6월을 아름답게 할 도리라면 만약 오해와 불신으로 멀어진 사이라면 화해의 손길을 보내는 먼저 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필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믿음이 체를 이루는 중심에는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나누면 거기엔 믿고 신뢰하는 입자가 동시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생명이 있어, 영성의 활동이 시작되고, 영은 영을 잇고 또 다른 영을 낳습니다. 

이를 비유하여 보면 사람이 사랑의 마음을 품으면 사랑이 영의 다리를 이어 온 세상이 사랑의 물결로 연결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마음을 일으키는데 작용하는 초유의 극소 알맹이 이것이 입자이고, 이 입자를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맺음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믿음이 가시화되어 더 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기쁘고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얼마 전 필자는 이러한 믿음의 연륜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지를 확연히 느낀 일이 있었습니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남해도서관에서 열었던 필자의 파스텔 전시회 때의 이야기입니다. ‘마음과 빛과 향기를 담다’를 주제로 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녹색 신록이 풍족함을 상징하듯 내면의 풍족함을 믿음으로 승화하려는 간절함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전시회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면 아흔이 가까운 어머니가 부산에서 남해로 직접 오셔서 격려를 해주신 일이었습니다. 아들의 전시회를 보려 노구의 몸을 이끌고 오신 어머니. 90세에 가까운 연세에서 우러나온 믿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식 사랑에 대한 연륜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필자의 이야기이지만, 믿음이 노구의 어머니를 움직이게 했다는 사실은 모든 어머니의 연륜과 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부모이든 사랑의 연륜은 이처럼 심오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마치 6월에 펼쳐지는 믿음이 가시화된 녹색의 연륜처럼 말입니다. 필자는 이것은 회광반조(回光返照)의 덕이라 지칭해봅니다. 즉 밖으로 향한 빛을 안으로 돌려 믿음으로 다지며 이 기운으로 세상을 다시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간절함이 담긴 연륜, 모성과 사랑이 융화된 자식에 대한 가시화된 믿음 아마 이것이 6월에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은 그것이 크든 작든 모든 이에게 사랑의 기운으로 함께 공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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