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남해대교에서 남해읍으로 들어오는 옛날 길. 꼬불꼬불 정겹던 옛길 따라 속도 늦추어 천천히 달리면 도마마을 초입 쯤에서 유달리 녹색으로 빛나는 나무를 볼 수 있다. 새로 돋아나는 나무껍질도 녹색, 피어나는 꽃도 녹색이라 ‘녹나무’라 불린다. 

녹나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제주도에는 자생지가 있으나 육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무다. 남해에서는 여러 그루를 만날 수 있다. 녹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한계선이 남해 쯤이어서 남해보다 북쪽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나무다.

중국에서는 장이란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목재의 요란한 무늬가 문장 같다고 나무 목(木)자와 문장 장(章)자를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구스노키라’부르는데 이름 유래를 풀이하면 신기한 나무, 향기가 있는 나무, 약효가 좋은 나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화관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신기하고 커다란 나무가 바로 녹나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귀여운 토토로가 사는 나무다. 

녹나무는 줄기나 잎을 손으로 비비면 아주 독특한 향이 난다. 그래서 줄기나 뿌리, 잎을 증류하고 정제해서 장뇌라는 과립결정체를 생산한다. 약효가 뛰어나 다양하게 사용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녹나무는 수령이 무려 3천 년에 달한다고 하는데, 도마마을 녹나무는 약 150년에 이른다. 녹나무가 있는 도마마을은 신라 신문왕 때 성산성에 속하다가 고려 중엽에는 진주군 선천 관할이었다고한다. 그만큼 전통이 살아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 도마마을이다. 

도마마을은 이름이 꽤 독특해서 모르는 사람들은 요리에 사용하는 도마를 연상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마을 형상이 말 모양이라 해서 도마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마을이 워낙 커서 서쪽엔 서도마, 동쪽엔 동도마로 나뉘어져 있다. 

녹나무는 도마마을의 고갯마루에 우뚝 서 있다. 도마마을 녹나무는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자라고 있다. 멀리서 보면 여러 그루가 뒤엉켜 자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추위에 약한 나머지 한파가 몰아치면 나뭇잎이 말라 죽는 현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몇 년 전에 그런 고통을 온몸으로 겪었는데 지금은 다시 무성하게 잎이 돋아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의 마을나무 보호수(12-22-6-3-1)는 군나무, 도나무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당산나무다.

고현 동도마의 녹나무의 풍채
고현 동도마의 녹나무의 풍채
꽃이 핀 녹나무의 모습
꽃이 핀 녹나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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