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남해 앵강만과 금산, 상주를 구경하며 분주히 오가던 차들이 문득문득 멈추어 서는 곳.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벽련마을 풍경에 취한 사람들 모습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벽련마을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마을 왼편으로는 바다를 만나 멈춘 것 같은 산 건너에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유명한 문학의 섬 노도가 보이고, 오른편으로 앵강만의 푸른 바다가 보인다. 맑은 날엔 멀리 여수 돌산도까지 볼 수 있다. 가던 발길을 돌려 마을 아래로 내려서면 아기자기한 옛날 마을 모습과 함께 오래된 정자나무를 만날 수 있다. 무려 300살이 넘는 세월을 꿋꿋하게 살아온 느티나무 보호수다. 지정 번호는 남해군 12-6-30과 31이다. 남해군 상주면 양아리 1983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마주한 듯 서 있는 두 그루 느티나무 보호수는 뒤로 금산과 벽련마을, 앞으로는 푸른 바다를 보고 우뚝 서 있다. 원래는 팽나무도 있었는데 수년 전에 자연적으로 고사해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다. 노도 선착장 주변에도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듯 여러 그루가 함께 자라고 있다.

벽련마을 보호수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여 년 전 을축년에 불어닥쳤던 태풍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태풍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바다 밑에 있던 청 자갈들이 마을 근처까지 밀려 올라왔던 모양이다. 지금의 둑도 그때 만들어졌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그 둑 위에다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심었다. 선조들의 애향심 그리고 300년 후를 내다볼 줄 아는 생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벽련마을 노거수는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한겨울에는 북서풍을 막아주고,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참 고마운 느티나무가 되었다.

벽련마을에서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노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벽련-노도 도선 대합실과 노도 문학의 섬 종합안내도를 참고하면 된다. 노도를 찾는 사람들이 배를 타고 노도로 건너가기 전에 잠시 쉴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하는 장소가 바로 느티나무 그늘이다. 

벽련마을은 암각화로도 유명하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금산으로 오르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모양이다. 아주 유서 깊은 마을, 유서 깊은 느티나무 보호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외과 치료를 받은 흔적이 10여 곳이 넘으며 뿌리 노출도 심하여 느티나무 보호수들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 치료와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벽련마을 느티나무 전경
벽련마을 느티나무 전경
가까이에서 본 느티나무. 치료와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가까이에서 본 느티나무. 치료와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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