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어제 19일부터 시작됐다.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몇 일 남지도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고 도지사, 교육감, 군수, 도의원, 군의원 후보들의 자세한 인적 정보와 공약을 담은 선거공보와 투표안내문을 각 가정에 발송하게 되고 27일과 28일 사전투표, 6월 1일 본투표를 앞두고 지지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유권자의 시간’에 달린 셈이다. 이 시점에서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프랑스 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남긴 말은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선거때 마다 인용되고 있다.

우리는 왜 청렴하면서도 능력있는 일꾼을 선택해야 하는가. 일찍 민주주의를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일수록 국가 지도자의 거짓이나 국민 세금의 탈루나 공금을 사적에 사용에 대해 엄격하다. 지도자가 거짓을 말하거나 공금을 사적으로 쓴 사실이 들통났을 때 국민은 분노한다. 정치생명도 거기서 끝이 난다. 

선진국에서는 그런 일이 가끔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중요 뉴스로 다루어 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남해군민은 선진국 시민 수준 이상의 민주시민이라는 생각이다. 과거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공정성이나 가족, 주변의 뇌물 등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면 어김없이 냉정한 선택을 해 주었던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현명한 군민이라는 생각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한번 ‘거짓말쟁이’로 찍히면 끝장이라고 한다. 최근 트럼프 출현 이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져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언론의 추적과 미국민의 기본적인 의식은 여전하다고 한다.

과거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주역 닉슨이 임기 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것도 거짓말 때문이었다. 닉슨은 도청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닉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징후가 계속해서 나오고 국민은 이를 ‘나는 사기꾼이다’로 받아들였다.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고 대통령직이 끝났을 때 링컨의 별명은 ‘정직한 에이브’였고, 닉슨의 별명은 ‘라이어’(거짓말쟁이)였다고 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원은 거짓말이 들통나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한다. 2019년 6월 크리스 데이비스 하원의원이 그랬다. 그는 2015년 총선 경비를 정산하며 청구하면서 우리 돈 114만원의 영수증을 위조해 회계 부정을 저질렀는데 ‘순수한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유권자들은 거짓말로 봤다. 피오나 오나산야 노동당 의원은 제한속도 48㎞인 도로에서 66㎞로 달렸다가 과속 통지서를 받았는데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의원직을 잃고 영국 첫 흑인 여성 총리의 꿈도 사라졌다.

정치 지도자는 왜 정직해야 하는가. 철혈 재상이라 불리는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남긴 말은 시사적이다. “나는 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을 최상의 관심사로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행동 수단을 박탈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미국 철학자인 랠프 월도 에머슨이 최적의 후보를 선택하라는 의미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현명한 사람들이 받게 되는 형벌은 사악한 사람들의 통치하에서 생활해야만 한다는 것”이란 의미를 잘 파악했으면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이번 지방선거는 구경만 하다가 기권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소중한 한 표들이 모여 우리 군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남은 선거 운동 기간에 유권자 모두 청렴하고 능력있는 후보자를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각자의 선택에 우리 군민의 미래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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