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 두 현
시인 고 두 현

송정 솔바람해변 지나 
설리 해안 구비 도는데
벌써 해가 저물었다

어두운 바다 너울거리는 물결 위로
별이 하나 떨어지고
돌이 홀로 빛나고
그 속에서 또 한 별이 떴다 지는 동안
반짝이는 삼단 머리 빗으며
네가 저녁 수평선 위로 돛배를 띄우는구나

밤의 문을 여는 건 등불만이 아니네

별에서 왔다가 별로 돌아간 사람들이
그토록 머물고 싶어 했던 이곳
처음부터 우리 귀 기울이고
함께 듣고 싶었던 그 말
한때 밤이었던 꽃의 씨앗들이
드디어 문 밖에서 열쇠를 꺼내 드는 풍경

목이 긴 호리병 속에서 수천 년 기다린 것이
지붕 위로 잠깐 솟았다 사라지던 것이
푸른 밤 별똥별 무리처럼 빛나는 것이

오, 은하의 물결에서 막 솟아오르는
너의 눈부신 뒷모습이라니!

 

약력 ㅣ 
1963년 경남 남해 출생,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달의 뒷면을 보다』
『남해, 바다를 걷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